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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있다" 강남 58%, 은평 31% ···종교도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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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별 유종교 비율.

자치구별 유종교 비율.

서울연구원, 만15세 이상 4만6800명 조사 #응답자 중 "종교 없다"가 첫 50% 넘어 #"취업·경제난 탓 우선순위서 종교 밀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4ㆍ여)씨는 압구정동의 한 대형 교회에 20년 넘게 다니고 있다. 그에게 교회는 신앙공동체이면서 사람을 사귀는 교제의 장이기도 하다. 십일조 헌금 등을 포함해 김씨는 한 달에 45만원 가량을 종교활동에 쓰고 다양한 교회 활동에도 적극 참여한다. 강남구에는 김씨 교회처럼 1만명 이상의 신도가 있는 대형교회가 5곳이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나모(29ㆍ남)씨는 파트타임 강사로 일하면서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다니던 교회에 나가지 못한다. 아르바이트 등에 쫓기면서 교회 나갈 시간이나 교회 친구들과 어울리는 비용 등이 전보다 부담스러워졌다. 나씨는 “취업을 못하거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진 친구들이 교회에 잘 나오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의 종교 활동이 경제적 영향을 받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이 최근 펴낸 『서울사회학』에 실린 ‘청년세대, 피안(彼岸·이상의 세계)은 어디인가?’라는 연구에 따르면 소득수준이 높은 동네일수록 종교를 가진 사람의 비율(유종교율)이 높았다.

 이 연구는 지난 2015년 여론조사 기관(서울 서베이)이 서울 거주 만15세 이상 4만6800명을 대상으로 거주지별 종교 유무 등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3구(강남ㆍ송파ㆍ서초구)에 거주하는 조사 대상자 10명 중 5,6명이 종교를 가진 반면 은평ㆍ영등포ㆍ도봉ㆍ관악구는 10명 중 3명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종교율이 높은 자치구는 강남구(58.1%)였고, 강서구(55.8%), 송파구(53.6%), 서초구(50.9%) 순이었다. 은평구(31.4%)는 종교가 있다고 말한 사람의 비율이 가장 낮았고, 영등포구(33.3%), 도봉구(33.7%), 관악구(35.2%) 등도 상대적으로 유종교율이 낮았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유종교율 평균은 42.8%였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은 “한국 종교가 점점 더 중산층을 위한 종교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ㆍ시간적 빈곤층’이 종교 활동에 진입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서 젊은층(20~39세)의 유종교율 추이도 감소세로 나타났다. 2007년 47.3%에서 2017년 42.8%로 10년 간 4.5%p가 줄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유종교율은 43.9%로 감소세를 보였다. ‘종교가 없다(56.1%)’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이같은 ‘탈(脫)종교화’는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종교적 소속감이 있다’고 답한 미국인은 2007년 83%에서 2014년 77%로 줄었다. 오세일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절벽과 경제난 속에서 정신적 의미를 추구하는 종교가 우선 순위에서 자연스레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흔히 어려움에 처할수록 종교에 귀의할 것이란 세간의 믿음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개신교 신자 비율. 

지역별 개신교 신자 비율.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개신교인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 동남권 자치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개신교 신자 비율(32.8%)은 다른 권역보다 5~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변 센터장은 “강남구와 서초구는 기독교를 통한 인맥 형성이 두드려졌다. 상대적으로 해외 생활 경험이 많은 주민들이 다수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선영ㆍ서준석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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