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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사 왓슨, 유통업계에 할일 더 많다"

중앙일보

입력

송기홍 한국 IBM GBS 대표는 "왓슨이 의료계보다 유통업계에서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IBM]

송기홍 한국 IBM GBS 대표는 "왓슨이 의료계보다 유통업계에서 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IBM]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은 산업 분야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화두가 됐다. 온·오프라인 쇼핑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화형 구매 상담 AI인 챗봇 서비스나 가상 피팅 같은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유통업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어느 정도 수준이며, 이런 서비스에 고객들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송기홍 한국 IBM GBS대표 인터뷰 #"유통기업 '고객만족' 위해 AI도입 필요"

IBM의 컨설팅 사업 부문인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송기홍 (사진) 대표는 “한국 유통기업은 정보기술(IT) 도입에 관심이 많다”면서 “AI나 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등을 접목해서 유통 환경을 바꾸고 고객 경험을 재정의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 IBM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이런 사실은 IBM GBS가 최근 발표한 ‘고객경험지수 2017’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이 보고서는 세계 25개국 507개 리테일 회사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한국(34점)은 영국(42점)ㆍ미국(36점)ㆍ브라질(35점)에 이어 독일과 함께 공동 4위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 최고 점수로 중국(32점)이나 일본(30점) 보다 앞섰다.

하지만 보고서는 낙관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송 대표는 “국가 간 차이도 의미가 있지만, 보고서가 강조하는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모든 채널에서 고객이 일관된 경험을 원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유통 업계가 전반적으로 이런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507개 회사의 고객 경험 지수 평균은 33점인데, 온라인 업체(39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업체(32점)보다 앞섰다. 특히 온ㆍ오프 병행 업체만 따로 떼서 보면 온라인 매장(22점) 지수는 오프라인 매장(37점) 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같은 회사라도 온라인에서 쇼핑하기 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쇼핑하는 게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현재 한국 유통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챗봇 서비스는 간단한 상품 추천이나 문답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점원처럼 수준 높은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하다. 송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챗봇 단계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사전 프로그래밍된 질문에 답변을 하는 '룰베이스 방식'이 많다”면서 “AI를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채팅이 아닌 사투리를 통한 대화 같은 가장 편한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통업계를 IBM이 제공하는 AI 서비스 왓슨이 활용될 주요 분야로 꼽았다. 'AI 의사'로 유명해진 왓슨은 현재 전국 5개 병원에서 도입된 상태다. 방대한 의료 정보를 스스로 학습(딥러닝)해 진단을 내린다. 지난해 말 롯데그룹은 유통업계 최초로 IBM과 손잡고 올해 안에 왓슨을 도입하기로 했다.

송 대표는 “질병 정보 보다 유통업계가 가진 고객 정보가 훨씬 방대하고 고도의 AI가 필요하다”면서 "왓슨이 의료계보다 유통업계에서 훨씬 더 바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왓슨은 단순히 고객의 쇼핑을 도와주고 물건을 추천해주는 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기획하는 역할까지 맡게 될 것"이라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정교해지면 지금 상상보다 훨씬 방대하게 활용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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