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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텅빈 채 달리는 인천공항행 KTX...애물단지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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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의 KTX 광명역에서 인천공항행 고속열차(KTX)를 탔다. 목포에서 출발해 용산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열차로 광명역에서는 빈자리가 열에 한두자리 뿐일 정도로 좌석이 거의 꽉 찼다.

2014년 지방승객 위해 운행 시작..공항행 하루 11편 #KTX운행 위해 선로,터널 고치느라 2000억원 투입 # #긴 배차간격에 비싼 요금, 시간도 더 걸려 외면 #680명 타는 열차 한편성에 승객은 겨우 100명 뿐 #공항철도, KTX에 선로빌려주느라 열차 못늘려 불만 #코레일도 "이용객 많은 타 노선에 투입이 더 나아" # #올 연말 광명역 공항터미널 문열면 이용객 더 줄듯 #국토부, "검토거쳐 종합적인 개선책 마련하겠다" #

광명역에 인천공항행 KTX가 들어오고 있지만, 플랫폼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이 거의 없다. 함종선 기자

광명역에 인천공항행 KTX가 들어오고 있지만, 플랫폼에는 열차를기다리는 승객이 거의 없다. 함종선 기자

 하지만 용산역에 도착하자 승객 대부분이 내렸고 이후에는 승객이 탄 좌석이 열에 한 두자리 꼴로 텅비었다. 특히 특실 한량은 세어보니 33개 좌석에 승객은 고작 4명뿐이었다.

 인천공항행 KTX는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의 편의를 위한다는 취지로 2014년 6월 30일 운행을 시작했다.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경전선 KTX의 일부를 인천공항까지 연장 운행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하루에 편도 기준으로 인천공항행 11편, 지방행 11편씩이 운행 중이다.

목포를 떠나 인천공항까지 가는 KTX특실 모습. 용산역에서 승객 대부분이 내린 이후 객실내 33좌석 중 4자리에만 승객이 앉아있을 정도로 텅 비어있다. 함종선 기자

목포를 떠나 인천공항까지 가는 KTX특실 모습. 용산역에서승객 대부분이 내린 이후객실내 33좌석 중 4자리에만 승객이 앉아있을 정도로 텅 비어있다.함종선 기자

 지방에서 열차를 타고 올때 서울역에서 갈아탈 필요없이 곧바로 인천공항까지 가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열차 운행 간격이 너무 길어 실제 이용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객 김정석(35) 씨는 “해외로 떠날 때는 짐이 많은데 열차를 갈아탈 필요없이 바로 인천공항까지 갈수 있어 편리하다”면서도 “하지만 목포에서 인천까지 가는 열차가 하루 두 편뿐이어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비싼 요금도 불만사항이다. 인천공항행 KTX는 서울역~인천공항까지 요금으로 1만2300원~1만 2400원 가량을 받는다. 부산에서 서울역까지 일반석 성인 요금이 5만9800원인데, 부산에서 인천공항까지는 7만2100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천안아산역에서 인천공항까지 갈 때는 서울역에 내릴 때보다 1만2400원을 더 내야 한다.

 같은 구간(서울역~인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철도의 경우 직통열차가 8000원, 일반열차는 4150원이다.

 게다가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소요시간은 57분으로 공항철도의 직통열차(43분)보다 오히려 12분이나 더 걸린다. 12개 역을 모두 서는 일반열차보다는 겨우 1분 빠른 정도다. KTX가  고속으로 다닐 수 있는 직선 구간이 짧고, 서울역에서 5분 가령 정차해 있다 출발하는데다 검암역에서도 한 번 서기 때문이다.

인천공항행 KTX를 탄 승객들이 인천공항역에 내리는 모습. 680여명을 태우는 열차에서 내린 승객은 100여명에 불과했다. 함종선 기자

인천공항행 KTX를 탄 승객들이 인천공항역에 내리는 모습. 680여명을 태우는열차에서 내린 승객은 100여명에 불과했다.함종선 기자

 이처럼 배차 간격이 길고, 요금이 비싸고, 시간상 이점이 별로 없다는 단점 때문인지 인천공항행 KTX이용객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요즘 하루 이용객은 2200여명에 불과하다. 왕복기준으로 22편 전체 좌석수 1만 5000석의 15%에 그치는 것이다. 또 열차 한 편성으로 따지면 좌석 680여석 중 겨우 100석 정도만 찬다는 얘기다.

2014년 처음 운행했을 당시 하루 이용객 1700명과 비교했을 때도 별로 늘지 않은 수치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행 KTX는 운영사인 코레일이나, 코레일에 선로를 빌려주고 있는 공항철도 모두에게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한번 들어갔다 나올 시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를 한편 더 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금요일이나 주말 등 KTX가 만석이 되는 경우에는 텅 빈 채로 다니는 인천공항행 KTX가 더욱 아쉽다”고 토로했다.

 공항철도 관계자도 “요즘에는 공항철도 이용객이 늘어 현재 12분인 배차간격을 더 좁힐 수도 있는데 KTX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철도는 인천공행행 KTX때문에 하루 운행회수가 423회에서 362회로 61회나 줄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하루 30회가 추가로 감축될 예정이다.

인천공항행 KTX에 선로를 빌려주느라 서울역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가 운행간격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행 공항철도는 12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사진 중앙포토] 

인천공항행 KTX에 선로를 빌려주느라서울역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가 운행간격을줄이지 못하고 있다.현재인천공항행 공항철도는 12분 간격으로 운행된다.[사진 중앙포토]

 이런 상황에 올 연말 KTX 광명역에 공항터미널이 생기면 인천공항행 KTX 이용객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광명역 공항터미널은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편리하게 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설이다. 지방에서 KTX를 타고 광명역까지 온 후 공항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하고 짐을 부치고는 직통버스를 이용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방식이다. 광명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버스로 40여 분이면 도착한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행 KTX의 운행 지속여부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주연 부연구위원은 “해당 열차가 지방의 공항 이용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순기능은 있지만 이용객이 별로 늘지 않고 있고 광명역 공항터미널이 새로 생기는 등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해당 노선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주종완 철도운영과장은 “인천공항행 KTX이용객 추이 등을 면밀하게 살펴본 후 전반적인 개선책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공항행 KTX는 홍순만 현 코레일 사장이 2010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교통정책실장 당시 추진한 사업이다. 당시에도 지방 공항이용객 편의라는 효용에 비해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아 논란이 일었지만 계획을 밀어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KTX 투입을 위해 선로를 늘리고 신호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고 터널 보수 공사를 하는데만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다.

 또 광명역 공항터미널도 홍순만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여서 일부에서는 "제살 깎아 먹기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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