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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선 3차 TV토론

하위후보 토론 주도, 1·2위 입장 들을 기회 적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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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홍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건 경희대·장훈 중앙대 교수, 윤석만 변호사,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왼쪽부터) 등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들이 23일 TV 토론회를 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서정건 경희대·장훈 중앙대 교수, 윤석만 변호사,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왼쪽부터) 등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들이 23일 TV 토론회를 보고 있다. [장진영 기자]

23일 열린 세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을 지켜본 중앙일보·JTBC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들은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이 토론 초반을 주도해 1, 2위 후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유권자들의 희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리셋 코리아 정치분과 위원들의 분석 #후보끼리만 토론하니 배가 산으로 #미래 비전보다 과거 공방 치우쳐 #토론 방식 변경할 필요 있어

정치분과 위원 4명은 정치·외교안보 분야 대선후보 TV토론의 관전평을 위해 이날 중앙일보에 모여 후보들의 의견 전달력과 정책 콘텐트, 상황 대처 능력을 평가했다. 현장 평가에는 정치분과장인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윤석만 변호사,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하위 후보들이 토론 지배”=장 교수는 “1, 2위 후보가 하위 후보들과 같이 토론하는 방식이 문제다. 이 때문에 후발 후보들의 공격적 토론이 사실상 토론회를 지배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서 교수는 “후보들끼리만 토론하게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토론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 토론을 보는 것 같지 않고 방송사 심야 토론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번 토론은 사회자의 역할이 거의 없는 토론의 문제점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으로 토론 평가에 참여한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주제와 다른 내용, 상대 후보 비난으로 심도있는 정책 토론은 없었다"며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후보에 대한 검증이 5명 후보 토론회로는 어렵기 때문에 주요 후보 토론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보다 과거 말해”=윤 변호사는 “후보들이 지난 두 번의 TV토론보다는 토론 능력이 나아졌으나 여전히 앞으로 당선되면 어떤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미래보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토론이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토론 방식으로 자유 토론을 정했는데 후보들이 자신의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과거 이야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토론 때 발언 되풀이”=장 교수는 “문 후보의 개성공단 확대와 관련한 홍 후보의 질문과 문 후보의 답변은 지난 19일 토론 때와 똑같았다. 시간 낭비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논란과 관련해 문 후보는 지난 19일 2차 대선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했던 ‘찾아봐라’ ‘지난번 토론 때 말했던 내용이다’는 식의 대응을 했다”고 평가했다.

윤 변호사는 “문 후보는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으로 청와대에 5년간 근무했는데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안 후보가 토론 초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와 관련해 당론을 변경한 것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당선 후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보수의 새 희망인 유승민 후보가 안보 이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토론 평가에 참여한 전성 변호사(통일분과 위원)는 "문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관련 공세가 정직성과 신뢰성의 문제로까지 확전되는 것을 막아내고 '색깔론' 공방 수준에서 차단하므로써 중대한 고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단순히 '색깔론'이라고 맞받아치는 데 그치고, 냉전시대적 안보관과 구분되는 변화된 시대의 새로운 안보 철학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 후보는 진보·보수, 영·호남의 민심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중도통합적 정체성'의 제시라는 당면 최대 과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유의미한 시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모두 지엽말단에 매몰되어 보수층이 자존감 회복의 근거로 삼을만한 새롭고 큰 보수의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홍 후보는 벗어나기 힘든 돼지 발정제 문제에 묶여서 인상적인 토론을 전개하지 못했고, 유 후보는 경제 문제에 있어서의 개혁적 이미지와는 달리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구태의연한 냉전 수구적 이미지를 강하게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는 "심후보는 주제에 대한 명확하고 깊이 있는 식견을 보이며 토론을 주도하였으나, 노골적으로 문 후보의 호위 무사를 자처하여 진보 정당의 독자성에 의문을 남겼다"고 밝혔다.

정재홍 기자
김혜진(연세대 대학원 사회복지학2) 인턴기자 hongj@joongang.co.kr

다음은 온라인으로 참여한 위원들의 대선 후보 TV 토론 평가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 교수(정치분과 위원)

성범죄 모의 논란에 따른 홍준표 후보 사퇴 요구가 토론회의 첫 번째 화두가 되었다. 뒤를 이어 보수 후보들은 지난 토론회의 주적 논란과 더불어 송민순 문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제2의 안보 논쟁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진보후보들은 안보 장사, 주적 개념은 시대 착오적이라며 대응했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 후보들과 진보 후보들의 연합전선도 형성되었다.
 그러나 주제 토론보다는 상대방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다 보니 지금의 안보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을 진지하게 국민에게 설명한 후보가 없어 아쉬웠다.
 정치 개혁 주제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국회, 그리고 검찰 개혁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의원정수에 대한 후보들의 다른 생각이 들어났지만 후보들의 정치개혁안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후보들은 각자의 선거 전략에 따라 주요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송민순 문건과 대북관, 안 후보에게는 안보정책 말바꾸기와 박지원 대표의 거취 문제, 홍 후보의 인권관 및 성범죄 모의 논란이 토론의 중심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포화에도 여유롭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의 안보와 정치 개혁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안 후보는 미래에 대해 얘기하자면서도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의 근원을 문 후보로 부각시키려하는 등 주제와 다른 측면에 치중하여 주제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아쉬웠다. 홍 후보는 사퇴 요구로 다소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기존의 주장과 안보 위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유 후보와 심 후보는 상대 후보의 정책적 약점을 지적하면서 자신들의 정책적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토론회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주제와 다른 내용, 상대 후보 비난으로 심도있는 정책 토론은 없었다. 후보들이 주제와는 상관없이 상대 후보 비방에 많은 시간을 섰다. 현재의 자유토론방식과 더불어 주제별로 후보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방식이 같이 진행되는 것이 후보 차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후보에 대한 검증이 5명 후보 토론회로는 어렵기 때문에 주요 후보 토론회가 필요하다.

전성 법률사무소 창신 대표변호사

전성 법률사무소 창신 대표변호사

전성 법률사무소 창신 대표변호사(통일분과 위원)
1. 문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관련 공세가 정직성과 신뢰성의 문제로까지 확전되는 것을 막아내고 '색깔론' 공방 수준에서 차단하므로써 중대한 고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색깔론'이라고 맞받아치는 데 그치고, 냉전시대적 안보관과 구분되는 변화된 시대의 새로운 안보 철학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는 못했다.
2. 안 후보는 진보·보수, 영·호남의 민심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중도통합적 정체성'의 제시라는 당면 최대 과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유의미한 시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3. 홍 후보와 유 후보는 모두 지엽말단에 매몰되어 보수층이 자존감 회복의 근거로 삼을만한 새롭고 큰 보수의 논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홍 후보는 벗어나기 힘든 돼지 발정제 문제에 묶여서 인상적인 토론을 전개하지 못했고, 유 후보는 경제 문제에 있어서의 개혁적 이미지와는 달리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구태의연한 냉전 수구적 이미지를 강하게 남겼다.
4. 심후보는 주제에 대한 명확하고 깊이 있는 식견을 보이며 토론을 주도하였으나, 노골적으로 문 후보의 호위 무사를 자처하여 진보 정당의 독자성에 의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