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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선택] 유학파 프렌치 셰프가 은평구 외진 동네 정육점 고집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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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입구도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인구 유입이 적은 불광역 근처에 '민석이네 정육점'이 있다. 

지하철 입구도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인구 유입이 적은 불광역 근처에 '민석이네 정육점'이 있다.

어디서 재료를 들여오길래 이렇게 싱싱할까? 접시는 어디 제품이길래 이렇게 예쁘지? 소셜미디어와 방송에 '먹스타그램'과 '먹방'이 넘쳐난다 해도 집에서 레스토랑 음식과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레스토랑이나 셰프의 단골집을 알아낸다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셰프의 선택’은 셰프 등 식음업계 전문가들이 평소 믿고 거래하는 식자재와 식기 업체 정보 등을 알려주는 코너다.
이번 주 소개할 곳은 서울 서촌의 프렌치 레스토랑 '슈에뜨'의 이승준 셰프가 추천한 '민석이네 정육점'이다.

슈에뜨 이승준 셰프가 선택한 '민석이네 정육점'

프렌치 레스토랑 슈에뜨를 운영하는 이승준 셰프. 레스토랑을 처음 오픈한 이래로 줄곧 민석이네 정육점에서 소 특수부위를 받아 쓰고 있다. [사진 슈에뜨]

프렌치 레스토랑 슈에뜨를 운영하는 이승준 셰프. 레스토랑을 처음 오픈한 이래로 줄곧 민석이네 정육점에서 소 특수부위를 받아 쓰고 있다. [사진 슈에뜨]

슈에뜨의 이승준 셰프가 2016년 레스토랑을 열며 고기를 받아쓰기 시작한 곳이 바로 불광동의 민석이네 정육점이다. 하얏트 파리 출신으로 재료를 엄격하게 골라 쓰는 것으로 유명한 해외파 셰프가 어째서 조그만 동네 정육점을 선택했는지 처음엔 누구라고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산 근처, 규모도 23㎡(7평) 남짓으로 작은 정육점이 뭐가 특별하다고. 하지만 동네 정육점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이곳은 25년 경력의 이태호 사장이 직접 고기를 선별·발골해 최고 품질의 국내산 생고기를 선보인다.

1+ 한우와 유황돼지만을 취급하는 민석이네 정육점 내부.

1+ 한우와 유황돼지만을 취급하는 민석이네 정육점 내부.

2012년 문을 연 민석이네 정육점은 오로지 고기의 ‘질’로만 승부한다. 소는 한우, 돼지는 유황 돼지만 취급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이 사장이 마장동에서 고기를 직접 골라 가져온다. 마장동 특수부위를 다루는 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어 지인을 통해 질 좋은 고기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추가로 지방 제거나 손질을 요청하는데, 어쩔 땐 본인이 직접 칼을 잡기도 한다.

마장동에서 골라 가져온 한우 1+ 생고기(위)와 이태호 사장이 직접 지방을 제거하고 손질을 마친 제품(아래).

마장동에서 골라 가져온 한우 1+ 생고기(위)와 이태호 사장이 직접 지방을 제거하고 손질을 마친 제품(아래).

우수한 육질에 대한 그의 신념은 소매만 취급하는 그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사장은 “식당납품을 하면 자연히 일반 고객에는 소홀해질 뿐더러 도매의 반품제품을 소매로 내놓게 돼 고기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이승준 셰프는 소량의 특수 부위만 가져가 미리 따로 주문을 받는다.
값 싸게 고기를 가져오면 고기를 직접 고르기 어렵고 손질을 요청할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장은 값이 있는 고기만 취급한다.

언뜻 봐도 손질이 잘 된 고기. 

언뜻 봐도 손질이 잘 된 고기.

그래서 가격대는 꽤 높은 편이다. 1+(원뿔) 한우 안심과 등심은 100g 기준 11,000원, 양지는 6000원이다. 돼지는 100g 기준으로 삼겹살 2600원, 목살 2300원, 앞다리 살 1300원, 안심·등심이 1100원(4월 20일 기준)이다.
외진 공간, 싸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근 불광동은 물론 강남을 비롯한 서울 전역에서 손님이 몰린다. 질 좋은 고기를 알아보는 단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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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이네에서 고기를 사는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지방이 있는 고기를 선호한다면 냉동고기를 구매하면 된다. 추가 손질이 안되어 지방이 꽤 붙어 있기 때문이다. 냉동고기는 당연히 가격이 저렴하다. 한우 앞다리 살로 만든 불고기감은 100g에 4300원, 갈비는 100g에 6000원이다.

민석이네 정육점은 국내산 닭과 훈제오리도 취급한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반부터 저녁 11시까지이며 둘째·넷째주 일요일은 쉰다.

글·사진=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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