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같은 트럼프 100일, 예측불허 폭풍 한반도서 클라이맥스

중앙일보

입력 2017.04.23 15:49

업데이트 2017.04.24 16:52

지난 1월 말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유일하게 예측가능한 것은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예언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마이클 앤턴 국가안보회의 전략공보담당 부보좌관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 유일하게 예측가능한 것은 ‘나는 예측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리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충격파로 따지면 1년 같은 100일이다. 국제 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를 해도 놀랐고 안 해도 놀란다. 취임 한 달 만인 2월 20일 뉴욕데일리뉴스는 이미 “다른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의 100일은 취임 이틀 뒤인 1월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하더니 다음 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서명하며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취임 8일째인 1월 27일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중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강행하며 미국이 문을 걸어 잠근다는 공포를 국제 사회에 불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등 서구 지도자들이 일제히 우려했지만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2015년 12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했던 7가지 미친 얘기”라는 기사를 냈다. 한 달 전 트럼프가 아이오와주 유세장에서 “나 같으면 엄청나게 폭탄을 떨어트리겠다. 하나도 남겨놓지 않겠다”라는 트럼프의 이슬람국가(IS) 격퇴 방안을 조롱거리로 삼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그렇게 했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의 IS 조직원들이 은닉한 동굴 지역에 현존 비핵무기 중 최대 살상력을 가진 초대형 폭탄 모앱(MOAB)을 떨어뜨렸다. 현지 아프간 관리들에 따르면 IS 조직원 90명 이상이 죽었다.

트럼프 충격파는 말대로 강행하는 데서도 오지만 말대로 안 하는 데서도 온다. 두달 전인 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은 환율 조작의 챔피언”이라고 강경 비난했다. 2015년 1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트럼프 정부의 첫날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공언하는 기고를 썼던 이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누구도 중국이 이렇게 (북한 압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치켜세웠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나토를 “쓸모없다”고 공개 비난하다 12일 “나토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라고 말을 바꿨다.

1 지난 6일 시리아를 향해 토마호크미사일을 발사하는 미 해군 구축함 ‘포터’. [AP=뉴시스] 2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할 경우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뉴스1]

1 지난 6일 시리아를 향해 토마호크미사일을 발사하는 미 해군 구축함 ‘포터’. [AP=뉴시스] 2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철강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할 경우 수입 제한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뉴스1]

레이먼드 탠터 미시간대 교수와 전직 외교관인 에드워드 스태퍼드는 의회전문지 힐지에 올린 기고에서 “트럼프의 예측불가는 적들이 우리의 전략을 어떻게 방어하고 막을지에 대한 계획을 할 수 없게 만든다”고 긍정적 측면을 지적했다. 그러나 예측불가능은 적대국은 물론 동맹국과 우방국에도 혼선을 부르며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갉아먹는 역효과를 낸다. 대니얼 넥슨 조지타운대 교수 등은 포린 폴리시에 “트럼프는 어쩌면 미국이 아니라 북한의 지도자였다면 더 이해가 됐을지 모른다”며 “상대가 우리의 목표를 모르는데 우리를 따르도록 하는 것은 어렵다”고 비판했다.

나프타 재협상으로 시작된 트럼프 폭풍은 한반도에 몰아 닥쳤다. “군사적 해법은 답이 아니다”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정부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고 있다. 북한의 전유물인 벼랑끝 전술에 맞불 벼랑끝으로 대응하는 전례없는 대처법을 구사 중이다. 미국은 바락 오바마 정부 시절 북한의 2013년 3차 핵실험과 지난해 4차,5차 핵실험 직후 B-52나 B-1B 등의 전략 폭격기를 보내 무력 시위로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가능성이 등장하자 시리아 폭격과 아프간 폭격으로 먼저 시범 공습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맞불 벼랑끝 대북 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맞불 벼랑끝 대북 정책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시리아 폭격을 예로 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하다”고 밝혔다. 칼빈슨 항모 전단은 인도양으로 남하했다 올라오며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북한의 인민군창건일(25일)에 맞춰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에 전개된다. 트럼프의 취임 100일은 한반도에서 클라이맥스를 맞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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