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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팔이로 국민 우롱 말라” vs “역색깔론은 적반하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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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호 03면

[대선 D-16]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 ‘송민순 문건’ 난타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첫 주말을 맞은 22일 대선후보들은 전국 곳곳을 훑으며 집중 유세전을 벌였다. 특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정치적 고향인 부산·경남(PK) 지역을 동시에 찾아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펼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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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근 기자

박종근 기자

후보 간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슈는 안보 문제에 집중됐다. ‘주적’ 논란에 이어 이른바 ‘송민순 문건’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격화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구도는 3대 1로 짜여졌다. 안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동시에 문 후보를 공격하고 문 후보가 강하게 맞받아치는 모양새다. 네거티브 공방에 이어 안보 이슈가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각 후보 진영도 사활을 걸고 일전불사를 외치고 나섰다.

문재인·안철수 PK서 자존심 맞대결 #文, 3만 명 모인 부산 유세로 세 과시 #安, 봉하 盧 묘역 참배로 집토끼 공략

“안방 주인은 바로 나”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PK 지역에서 한 표를 호소했다. 하지만 동선은 교묘하게 엇갈렸다. 문 후보가 울산→창원→부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안 후보는 부산→창원→봉하마을로 옮겨갔다. 창원에서는 안 후보가 민생현장 방문을 마치고 떠나자 조금 뒤 20여 분 떨어진 곳에서 문 후보가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두 후보에게 부산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곳이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문 후보는 부산에서 자라고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국회의원도 부산에서 당선됐다. 안 후보도 부산이 고향으로 현재 부모가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에게 부산이 안방인 셈이다. 문 후보는 경남고, 안 후보는 부산고를 졸업해 고교 간 라이벌 의식도 더해진다. 지지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후보는 PK 지지도 40%, 안 후보는 30%를 기록했다.

문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주말 대규모 유세 장소를 부산으로 잡은 것은 PK에서의 대세몰이가 경부선을 타고 충청과 수도권까지 퍼져나가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도 이날 저녁 3만여 명이 모인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통령이 돼서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 후보도 이에 맞서 전날 미리 부산에 내려온 뒤 1박2일간 PK 공략에 나섰다. 특히 이날 오후엔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10여 분간 참배했다. 권양숙 여사는 중국에 가 있어 예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이날 안 후보가 주변의 예상을 깨고 ‘적진’ 깊숙이 뛰어든 것은 주춤하는 지지도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집토끼 공략에 과감히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이날 오전 충북을 찾은 데 이어 낮에는 서울역광장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의 1번 후보는 김정은, 2번은 홍준표, 3번은 박지원”이라며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 부인 이순삼씨는 “남편이 빨래도 설거지도 잘한다”며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울산과 경주에 이어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도심 유세전에 나섰다. 홍 후보의 ‘돼지흥분제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보수들이 형사 피고인이나 성범죄 미수자를 보수의 대표로 생각할 리가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이날 야권의 텃밭인 광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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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밝혀지면 사퇴” vs “당당히 맞서 싸울 것”

후보들은 이날도 ‘송민순 문건’을 둘러싼 공방에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이번 논란이 대선 정국의 무게중심을 뒤흔들 메가톤급 사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후보 선대위 양순필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후보가 ‘제2의 NLL 북풍 공작’이라며 오히려 역색깔론을 들고 나왔는데 전형적인 동문서답이자 적반하장”이라며 “본질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했는지 여부”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제 고향이 진도인데 진돗개는 한번 물면 안 놓는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며 문 후보를 겨냥하는 글을 남겼다.

홍 후보도 “문 후보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협박하는데 국민을 상대로 협박 정치를 하는 사람이 집권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이번 파문을 ‘북한 내통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 후보도 “문 후보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소한 네 번 말을 바꿨다”며 “오늘 당장이라도 국정원 등 모든 관련부처에서 자료를 다 공개하고 검증해 보자”고 압박했다. 지상욱 대변인단장은 “송 전 장관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문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육성 인터뷰를 공개하며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더는 북한팔이로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 국민은 부패 기득권 세력의 의도를 꿰뚫어볼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도 “미래로 가겠다는 후보가 지지도가 떨어지니 결국 색깔론에 기대는 것이냐”며 “색깔론으로 평생 괴롭힘을 당한 분이 김대중 전 대통령인데 국민의당엔 김 전 대통령을 따르던 수많은 분이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전 원장 발언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해왔던 얘기로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고 일축했다.

문 후보 핵심 참모는 “진실은 하나다. 문 후보는 전혀 거리낄 게 없다”며 “그런 만큼 모든 공세에 당당히 맞서 싸우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문 후보 측은 23일 3차 TV토론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난타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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