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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방폐장 선정 않고 원전 5기 폐로 결정…방사성폐기물만 2만7000t

중앙일보

입력

원전 폐로(廃炉)를 결정한 일본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는 ‘가동한 지 40년이 넘은 원자로는 폐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4개 원자력발전소 내 원자로 5기의 폐로를 19일 최종 승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문제는 폐로 과정에서 쏟아져 나올 총 2만 6820t으로 추산되는 방사성 폐기물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각 지역민들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 설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폐연료봉 등 '고준위 폐기물' 처리가 최고 난제 #2039~45년 폐로 완료 목표…일정 차질 예상 #총비용 1조8742억원 추산…추가 비용 우려도

특히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과 같은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은 방사능 반감기를 감안할 때 지하 70m 이하에서 10만년 간 보관해야 한다. 아사히 신문은 “방사능에 대한 주민들의 두려움 때문에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20일 전했다.

한국도 2015년 경주 월성 지역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설치했지만, 고준위 폐기물은 처리할 곳이 없어 각 원전 내에 보관하는 상황이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프리랜서 공정식

경주의 중·저준위 방폐장은 지상에서 옮겨온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 80m에 자리한 저장고인 사일로에 처분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주의 중·저준위 방폐장은 지상에서 옮겨온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 80m에 자리한 저장고인 사일로에 처분한다. 프리랜서 공정식

일본 정부는 방폐장을 선정하지 않은 채 폐로를 일단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방폐장 선정 책임이 있는 각 원전 운영사들도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쿠이(福井)현 내 미하마(美浜) 1·2호기의 폐로를 신청한 간사이전력 측은 “폐로가 완료될 때까지는 방폐장을 선정하겠다”고만 밝혔다.
원전 회사들은 2039~45년까지 폐로를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방폐장 선정이 늦어질 경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는 1기당 350억 엔(약 3666억원) 안팎, 총 1789억 엔(1조8742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처리 방식도 문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정부가 고준위 폐기물 매립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을 이제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처리 방안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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