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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맹방, 사우디의 배신? 중국산 무인공격기를 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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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美 맹방 사우디가 중국제 무인공격기를 샀다고?
미군의 2세대 무인공격기 ‘MQ-9’(리퍼). 대당 가격은 342억원이 넘는다. [사진 중앙포토]

미군의 2세대 무인공격기 ‘MQ-9’(리퍼). 대당 가격은 342억원이 넘는다. [사진 중앙포토]

美 동맹국 사우디가 미국산 무인공격기 ‘리퍼(MQ-9)’을 두고, 중국산 무인공격기를 샀다?
중국 관영지 신화망에 따르면 지난 2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항공공업지단공사(이하 AVIC)와 중국산 무인공격기 다목적 군용 무인기(드론) '윙룽(중국명 이룽·翼龍) 2호' 3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신화망은 중국이 해외에 무인공격기 판 최대 규모의 거래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더 큰 의미는 따로 있다. 윙룽 2호는 이제 막 시험비행을 마친 신형 모델이다. 즉, 실전 배치 경험이 없는 무인공격기다.

중국항공공업지단공사(이하 AVIC)가 개발한 중국산 무인공격기 다목적 군용 무인기(드론) ‘윙룽(중국명 이룽·翼龍) 2호’. 공식 가격은 없지만, 주문량에 따라 대당 최대 10억원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AVIC]

중국항공공업지단공사(이하 AVIC)가 개발한 중국산 무인공격기 다목적 군용 무인기(드론) ‘윙룽(중국명 이룽·翼龍) 2호’. 공식 가격은 없지만, 주문량에 따라 대당 최대 10억원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AVIC]

지난 2월 윙룽 2호는 서부 고원지대에서 31분간의 시험비행을 마쳤다. 중고도, 장기체공, 정찰과 타격기능 등의 성능 실험도 함께한 것으로 달려졌다. 특히 외형이 미국이 자랑하는 2세대 무인공격기 MQ-9, 일명 ‘리퍼’를 쏙 빼닮았다. 윙룽 2호는 중국이 개발한 가장 큰 드론으로 2008년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도입한 윙룽 1호의 개량형이다. 길이 11m, 높이 4.1m, 동체 포함 양 날개 너비 20.5m로 실제 크기도 리퍼와 비슷하다.  

美 무인공격기 외형과 흡사
“성능 달려도 있을 건 다 있다!”
시험비행 중 주문 쇄도

성능은 어떨까. 영국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따르면 지상 9㎞ 상공에서 20시간 이상 체공하면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터보 프롭 엔진을 장착한 덕분에 최고 시속 370㎞의 속도를 내고, 작전 반경도 1500㎞에 달한다. 위성통신 장치까지 갖추고 있어 전방위 작전 수행에 투입될 수 있는 기능은 다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美 맹방 사우디, 중국제 무인공격기 구입 #사우디에 생산공장 차린 中 업체도 있어 #中 무인공격기, 中東 무기시장 다크호스 #미국산보나 성능 달리나, 7분의 1 가격 #중동 무기시장 노리는 中 업체의 노림수

결국 중국도 미국에 이어 중고도, 장기체공, 정찰과 타격 기능을 통합한 다기능 무인공격기(UAS)를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전 배치 경험이 없음에도 주문이 잇따랐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나이지리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다수 국가에 수출될 예정이고, 파키스탄도 관심을 두고 있다.

AVIC와 중국 무인공격기 시장을 양분하는 중국항천과학집단공사(CASC)의 경우 아예 사우디에 무인공격기 공장을 짓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26일 영국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를 인용해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군용 무인기(드론) 공장을 건설키로 하면서 미국 중심의 중동 무기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던졌다고 보도했다.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 개발한 무인공격기(UAV) ‘차이훙(彩虹·CH)-4(이하 CH-4)’. 대당 가격은 44억원이다. [사진 CASC]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 개발한 무인공격기(UAV) ‘차이훙(彩虹·CH)-4(이하 CH-4)’. 대당 가격은 44억원이다. [사진 CASC]

중동에 수출한 것도 모자라아예 사우디에 생산 공장까지 차려

이곳에서 생산할 모델은 무인공격기 '차이훙(彩虹·CH)-4(이하 CH-4)'다. 사우디의 핵심 과학기술기관인 KACST와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 합작해 기술 교류하는 것은 물론 생산 과정 전반도 함께 할 예정이다. CASC가 제조하는 CH-4는 정찰과 전투 능력을 갖추고, ‘AR-1’과 같은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해 원거리 목표물을 오차범위 1.5m 이내로 타격할 수 있다. CH-4의 경우 벌써 이라크·이집트·나이지리아·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수출까지 한 상태다.  

이라크가 중국항과학기술그룹(CASC)로 부터 사들인 공격무인기 CH-4 [사진 CASC]

이라크가 중국항과학기술그룹(CASC)로 부터 사들인 공격무인기 CH-4 [사진 CASC]

물론 이 두 중국산 무인공격기 모두 미국산 성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미국산 ‘리퍼’의 성능부터 보자. 900마력의 강력한 터보 프롭 엔진을 장착해 최고 속도가 시속 482㎞, 순항속도 시속 313㎞다. 항속거리만 해도 1852㎞에 이른다. 최고 상승고도는 15㎞, 체공시간만 14시간에 달한다. 2007년부터 실전에 배치돼 성능 검증도 끝난 상태다.

반면 윙룽 2호의 경우 최고 속도, 상승고도, 작전 반경 등 모든 성능 제원에서 밀린다. CH-4는 어떤가. 리퍼보다 구형 모델인 프레데터(MQ-1)보다 엔진 출력이 작다. 탐지능력과 작전 시간은 윙룽보다 달린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 15정찰대의 장교가 이라크에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MQ-1)를 조종하고 있다. 공격장비를 갖춘 개량형 프레데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행되는 무인 폭격도 네바다주의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이뤄진다.[자료 미 국방부]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공군 15정찰대의 장교가 이라크에 있는 무인정찰기 프레데터(MQ-1)를 조종하고 있다. 공격장비를 갖춘 개량형 프레데터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행되는 무인 폭격도 네바다주의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이뤄진다.[자료 미 국방부]

두 가지 중국 대표 무인공격기미국산보다 성능 달리지만, 7분의 1 가격
중동·북아프리카 시장 빠르게 잠식 중

그래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선 두 모델 모두 인기가 많다.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윙룽 2호는 주문량에 따라 최대 100만 달러대(10억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CH-4의 경우 공식 가격 400만 달러(44억원)로 3000만 달러(342억원)인 리퍼에 비해 8분의 1 수준이다. 2012년부터 전체 무기의 절반 이상을 미국산으로 채운 이라크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 하나로 미국 프레데터보다 중국산 CH-4를 택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7년 4월 9일 애리조나주 유마 국제공항에서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국경경비대 간부로부터 첨단 무인정찰기 `프레데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프레데터는 리퍼보다 한 세대 이 전 모델로 1995년부터 22년간 미 군사작전에 투입됐다. [사진 중앙포토]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7년 4월 9일 애리조나주 유마 국제공항에서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국경경비대 간부로부터 첨단 무인정찰기 `프레데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프레데터는 리퍼보다 한 세대 이 전 모델로 1995년부터 22년간 미 군사작전에 투입됐다. [사진 중앙포토]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사우디와 이라크 등 중동의 전통 석유 수출국들이 저유가 탓에 저렴한 중국산 무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사우디 정부가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안보 협력은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양다리를 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경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사우디에서 확보하기 위해 더 저렴하게 무인공격기를 내놓는 한편 기술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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