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그러면서 “나는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공격 전에 미리 예고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했다. 강력한 북한에 대한 경고였다. 그러나 진실이 아니었다. 당시 칼빈슨함은 한반도에서 4800㎞ 떨어진 인도양에서 작전 중이었다.
18일(현지시간) CNNㆍ워싱턴포스트(WP) 등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 거짓말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과 국방부의 혼선(miscommunication)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뭔지 석연치 않다. 발뺌하기 바쁜 모양새다. 혼선이 있었다면 즉시 바로 잡았어야 마땅한데 말이다. 중국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도 꼬집었다. “심하게 속았다. 한국이 절박하게 기다리고 있는 미 항모는 어디에도 오지 않았다”고 썼다.
中 언론 “속았다. 칼빈슨함 오지 않았다” 꼬집어 # 트럼프, 오바마ㆍ부시ㆍ클린턴 거짓말 교훈삼아야 # 사태 방관한 한국 국방부도 책임 벗어날 수 없어 #
미 대통령의 거짓말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의사소통의 혼선에서 빚어졌건, 의도적이건 말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최근 미 대통령 3명만 봐도 그렇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했던 지난 2012년 일이다. 그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을 ‘레드 라인(red lineㆍ한계선)’으로 설정하고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천명했다. 1년 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반군 성향의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공격했다. 1400명이 희생됐는데, 오바마는 보복 공격을 하지 않았다. 자신과 국제사회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 부작용은 여실히 드러났다. 알아사드 정부군은 지난 4일 또다시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해 무고한 민간인들을 희생시켰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거짓말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이라크 침공이다. 미군은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응징하겠다는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7000여 곳을 사찰했지만 핵무기나 화학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당시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은 “샅샅이 뒤졌지만 없었다. 없는 것을 없다고 증명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부시 정권을 비난했다. 이라크는 이후 혼란을 거듭한 끝에 지금도 국토의 일부를 이슬람국가(IS)에 내주고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에 비하면 빌 클린턴 대통령의 거짓말은 오히려 애교에 속한다. 1998년에 발생한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이다. 클린턴은 이를 부인하다가 결국 거짓말로 인해 탄핵위기까지 몰렸다.
이처럼 미 대통령 말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거짓말의 후폭풍은 엄청나다. 이라크의 경우처럼 다른 나라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중·러 등 주요국들은 칼빈슨함의 항로를 군사위성 등을 통해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거짓말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미 정부의 발표대로 '혼선'을 즐기면서 비웃었을까?
북한이 열병식 때 종종 의심 받는 가짜 미사일 논란처럼, 미국도 이젠 ‘허세 작전’으로 대북정책을 바꾼 것일까? 그리고 또 한가지, 이번 사태를 방관하면서 반사이익을 원했던 한국 국방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