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 창비’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 놀기 좋은 곳이다. 나무의 나이테의 모양처럼 둥글게 자리한 서가 뒤편으로는 바 형태의 테이블이 있다. 책 숲에 싸여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작업 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출근 도장을 찍듯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단골들이 많다. 그렇다고 도서관처럼 엄숙한 분위기는 아니다. 어떤 책이든 손쉽게 꺼내 볼 수 있고, 차와 맥주는 물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이곳은 문학의 거장들이 맥주를 사랑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괴테 헤페 바이젠, 셰익스피어 스타우트 등 ‘문학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헤페 바이젠은 부드러운 거품과 달콤한 바나나 향 뒤에 씁쓸한 후추 맛이 느껴진다. 괴테가 고뇌했던 첫사랑의 맛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대형서점과는 차별화된 개성의 책방도 있다.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퇴근길 책 한 잔’은 자신을 자발적 거지라 칭하는 김종현(34)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김 대표는 몇 년간의 직장생활과 사업 운영을 정리하고 백수의 길로 들어섰다. 매일 하던일이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고 책을 보는 것이라 자신의 일과를 공간에 옮겨보기로 했다. 우선 방에 있던 책부터 옮겨왔다. 대형서점과 직접적 경쟁이 어려우니 베스트셀러 위주보단 독립출판물로 서가를 채웠고 오히려 이것이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책의 약 80% 정도가 독립출판물이다.
독서하며 늘어지기 좋게 자연스레 술도 더해지게 됐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취하게 마시지 않는다. 김 대표는 “이 공간에서는 책도 술도 보조 역할일 뿐이다. 주인공은 사람이고,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다. 책과 술은 그것을 도와주는 것 뿐이다.”라며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고, 내 이야길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느낌 때문에 많이들 찾아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퇴근길 책 한 잔’에서는 손님이 책방 주인이되기도 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 sns를 통해 일일 책방 지기를 모집한다. 지원자는 의외로 많은 편이다. 운영시간과 방식은 자율적이다. 평소의 책방처럼 운영해도 되고, 지인을 초대하거나 공연을 열어도 된다. 4월 한 달 간 이곳은 30명의 일일 책방 주인이 운영한다. 원래 주인 김 대표는 현재 멕시코를 여행 중이다.
책맥이라고 맥주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2010년 문을 열어 술 파는 책방의 원조 격인 ‘비플러스’에서는 맥주뿐 아니라 싱글몰트 위스키와 와인 등 여러 가지의 술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주인장 김진아(46) 대표는 “문을 열 때부터 다양한 술이 있는 게 당연하고 생각했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또한 서가의 책들도 다른 책방에 비해 다양한 편이다. 책을 만들던 사람의 눈으로 양질의 도서들로 채웠다. 의미 있는 발언의 책들, 앞으로 두고두고 볼만한 책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도 그렇게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말했다.
책맥 초보인 당신을 위한 추천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