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66%가 한중 관계 악화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따른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현지 수요 감소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北京)사무소, 중국 한국상회는 중국에 진출한 7개 업종 21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1분기 시황 경기실사지수(BSI)는 80으로 전 분기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현지 규제로 어려움” 석 달 새 2배
BSI는 경영실적과 판매, 비용, 경영환경, 애로사항 등을 0~200 값으로 산출한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긍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뜻이고 100 미만은 반대를 의미한다.
세부 항목 중 매출액 BSI는 전 분기보다 24포인트 하락하면서 6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현지판매 지수 역시 79로 3개월 만에 다시 기준치를 밑돌았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매출 현황지수 중 자동차 분야는 36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무려 102포인트나 하락하며 관련 조사를 진행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화학(76)과 섬유·의류(57), 유통업(73)도 두 자릿수 이상 하락했다. 금속기계(122)를 제외한 업종이 모두 기준치인 100에 못 미쳤다.
중국 진출 업체가 현지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꼽은 경영 애로사항은 경쟁 심화(19.9%)와 현지 수요 부진(18.5%)이었다. 하지만 현지 정부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기업이 15.6%로 전 분기(7.4%)보다 크게 늘었다. 화학(29.0%)과 자동차(24.2%), 유통업(22.2%) 등이 현지정부 규제를 애로사항으로 많이 꼽았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본부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기업들이 피부로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함에 따라 영향을 체감한다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66%나 됐다. 유통업(87%)과 자동차(82%)에선 체감의 정도가 80% 이상이었다. 중국 정부의 규제 중에선 대다수 업종이 환경 및 안전 규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