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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난·탄핵 경험한 그들, 정치 카톡방 만들어 대선 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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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심모(27)씨는 이달 초 학교 강의실을 빌려 친구 3명과 모였다. 미리 준비해 온 대선후보자별 공약자료를 꺼내 “세금을 많이 걷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까”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것 같다” 등의 얘기를 주고받았다. 심씨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후보들의 공약과 전력을 따져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일자리·등록금 대책 묻고 싶다” #후보들에게 직접 토론 요청도

대학생 홍모(26)씨는 지난달 학교 동기들 4명과 ‘카톡방’ 하나를 만들었다. 방 이름을 ‘정치토론’이라고 붙였다. 홍씨는 “대선을 앞두고 TV토론회를 보고 회자된 내용을 주로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20대가 ‘대선 열공’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후보자의 공약을 살펴보거나 TV토론 프로그램을 모두 챙겨 보는 ‘기본형’부터 직접 후보자들과 토론하는 ‘적극형’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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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이번 대선을 큰 전환점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처럼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악의 구직난과 국정 농단 사태를 한꺼번에 겪은 청년들이 이번만큼은 청년 맞춤형 대통령을 뽑아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잘 가공된 공약집에 만족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각 정당 후보자를 불러내기도 한다. 전국총학생회 등 40여 개 단체가 모여 만든 ‘대학생 대선 네트워크’는 이달 말 주요 대선후보들과 함께하는 공약토론회를 계획 중이다. 이경은(23) 대표는 “청년 일자리와 대학 등록금 등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를 직접 묻고 싶어 끈질기게 토론에 나오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용 열공 도구도 나오고 있다. 피스컬노트코리아가 제작한 ‘누드대통령’ 같은 것이다. 페이스북 등에서 누드대통령 페이지에 접속하면 30여 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일자리 늘리기 대책’ 같은 질문 한 개당 ‘공공 부문에서 늘리기’ ‘노동시간 단축하고 정규직으로 전환’ 등 3~4개의 보기가 있다. 답을 선택해 나가면 마지막에 나와 가장 잘 맞는 후보가 뜨는 식이다.

김나한·김준영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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