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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서 허용치 162배 1급 발암물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일대가 발암물질인 벤젠 등으로 심하게 오염된 사실이 정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오염도가 기준치의 최대 162배였다. 용산 미군기지는 2017년 말까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지만 한·미 간 공식 반환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2015년 지하수 분석 결과 검출 #정부, 미반환 기지 오염 첫 공개

자료:환경부

자료:환경부

환경부는 18일 한·미 양측의 합의에 따라 2015년 5월 26~29일 실시됐던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14개 지하수 관정 분석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은 최대 2.44ppm, 톨루엔은 1.505ppm, 석유계 총탄화수소(THP)는 1.36ppm까지 검출됐다. 또 에틸벤젠은 최대 1.163ppm, 자일렌(크실렌)은 최대 1.881ppm까지 검출됐다. 조사 지역은 용산구청 맞은편 주유소 주변 반경 200m 내에 해당한다.

현행 지하수 정화 기준과 비교해 보면 벤젠은 기준치인 0.015ppm의 최대 162배였다. 또 톨루엔은 기준치(1ppm)의 1.5배, 에틸벤젠은 기준치(0.45ppm)의 2.6배, 자일렌은 기준치(0.75ppm)의 2.5배였다. 석유계 총탄화수소는 기준치(1.5ppm) 이내였다.

지금까지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 결과가 공개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미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 17일 녹색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조사 결과를 제공했으며 녹색연합은 이날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녹색연합과 민변은 2015년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환경부에 요구했으나 환경부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녹색연합과 민변이 소송을 제기했으며, 대법원은 “한·미 관계 훼손 등을 이유로 용산 미군기지 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는 환경부의 상고를 지난 13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공개가 가능해진 것이다.

신수연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이번 수치는 2015년 서울시가 녹사평역 인근 기지 외곽에서 조사한 지하수에서 벤젠의 최대 오염 농도가 9.707ppm(기준치의 647배)이었던 것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기준치의 162배나 되는 높은 농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경부 자료는 원 데이터가 아니라 가공된 자료”라며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선 원 데이터 공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 등은 또 2016년 실시한 환경부의 2차, 3차 조사 결과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지연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2차, 3차 결과가 포함된 최종 결과 보고서를 놓고 현재 미군 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최종 보고서가 마련되면 향후 조치 방안과 공개 여부 등을 미군 측과 공식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협상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공개할 경우 추가 조사 등 대한 논의 자체를 미군 측이 거부할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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