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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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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4강전 1국> ●커   제 9단 ○이세돌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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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보(147~165)=마지막 기회를 허무하게 놓쳐버린 바둑판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반상 곳곳을 아무리 살펴봐도 백으로선 더 이상 거둬들일 곡식이 없다. 이세돌 9단은 하릴없이 백148, 150으로 중앙 흑마의 꼬리를 끊어본다. 후수로 흑 석 점을 잡았다. 처음의 원대한 포부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확이다.

설상가상 중앙 흑을 공격하면서 백은 좌변과 좌상귀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흑 151, 153으로 알토란 같던 좌상귀 백집도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렸다. '참고도' 흑1로 치중하면 '빅'이 나는 형태다. 누구의 소유가 아닌 공동 지분의 영토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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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에 이 9단은 또다시 하변에서 한 점을 잘라먹어 본다. 하지만 그도 이미 알고 있다. 이 정도로는 터무니없는 집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견디는 이 9단의 낯빛이 처연하다. 반면 다시 한번 이 9단의 '포식자'임을 입증한 커제 9단은 만면에 여유가 넘쳐흐른다.

바둑은 이후 50여 수가 더 진행됐다. 하지만 승패와는 무관한 끝내기 수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이 9단은 쉽사리 돌을 던지지 못하고 반상 이곳저곳을 맴돌았다. 다음날 바로 진행되는 2국에선 이 9단이 마음을 다잡고 반전을 도모할 수 있을까. 165수 다음 줄임. 흑 불계승.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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