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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 패션읽기] '시카고 타자기' 유아인의 과감한 스타일링, 당신의 평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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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요즘 웬만한 패션 잡지 속 화보보다 눈이 즐거운 드라마가 있다. tvN 금토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다. 

출연진으로 보나 스케일로 보나 드라마 '도깨비'만큼 재미 볼 tvN의 야심작으로 출발했지만, 막상 뚜껑 열고 보니 예상보다 초반 임팩트가 없어 시청률은 2%대로 아직 지지부진하다. 다만 이 드라마, 패션만큼은 가히 만점짜리다. 특히 유아인의 패션이 그렇다.

후드에 신사복 팬츠를 더해 현대적인 클래식 룩을 선보인 유아인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후드에 신사복 팬츠를 더해 현대적인 클래식 룩을 선보인 유아인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요즘 드라마 속 남자 캐릭터의 패션은 실장님 수트 패션이거나 훈훈한 ‘남친룩’으로 요약된다. 평범할수록 빛나는 ‘놈코어(normal+core)’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런 경향은 더 짙어졌다. 깔끔하고 누구나 따라 입을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재미는 없는 남자 패션이다. 기껏해야 반듯한 수트에 컬러 행커치프나 타이로 포인트를 주고, 안경이나 구두 등의 액세서리를 더하는 얌전한 방식이 대부분이다.
현실 세계로 오면 더하다. 한때 화이트 셔츠에 검은색 슬랙스 차림의 일명 ‘모나미 룩’은 패션에 겁 많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하면서도 좋은 선택으로 여겨졌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 속 공유의 깔끔하고 댄디한 코트 패션도 이런 경향의 연장선에 있다.
그런데 ‘시카고 타자기’ 속 유아인 패션, 달라도 뭔가 한참 다르다. 그동안 드라마 속 남자 패션이 암묵적으로 지켜야 했던 적당한 ‘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매회 거침없는 패션 행보를 보여준다.

과감한 컬러와 실루엣의 패션을 선보이는 유아인.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과감한 컬러와 실루엣의 패션을 선보이는 유아인.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일단 컬러와 실루엣이 과감하다. 제작발표회 때 유아인이 선택한 일명 ‘보스 패션’이 대표적이다. 남자 배우들이 흔히 공식 석상에서 선보이는 룩은 크게 욕심내지 않은 베이직한 포멀룩이 주를 이루곤 한다. 아래 위 모두 올백(白)의 오버사이즈 수트를 입은 유아인의 패션이 돋보이는 이유다. 풀어헤친 앞섶과 통 넓은 와이트 팬츠, 핀턱 주름이 잡힌 바지는 클래식한 멋이 감돈다. 70년대 감성의 안경 줄 달린 금테 안경은 진짜 멋을 아는 남자 같은 느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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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히트작을 쏟아내는 스타 작가이자, 문단의 황태자로 군림하는 ‘한세주’역에 맞게 극중에서도 자유분방한 룩을 선보인다. 넉넉한 실루엣의 짙은 노랑색 후드 티셔츠에 클래식한 검은색 턱시도 팬츠를 매치하고 샛노란색 이너를 입고 복고풍 오버사이즈 재킷을 무심하게 걸치기도 한다. 안에 얇은 재킷을 입고 그 위에 또 다시 체크 무늬 재킷을 겹쳐 입기도 하고, 잘 못 입으면 과해 보일 수 있는 와인색 니트나 붉은색 재킷을 아무렇지 않게 걸쳐 입는다.

특유의 과감한 컬러는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를 표현한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특유의 과감한 컬러는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를 표현한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니트를 적극 활용하는 스타일링도 눈에 띈다. 극중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고급스러운 소재의 니트를 활용해 부드러우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물론 이때도 단정한 니트보다는 컬러 선택을 과감하게 하거나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선택해 특유의 여유로운 남성미를 표현한다.

니트와 와이드 팬츠로 여유로운 남성미를 연출한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니트와 와이드 팬츠로 여유로운 남성미를 연출한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물론 ‘한세주’ 룩의 화룡점정은 군인보다 짧은 해병대 삭발 머리에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체인 달린 레트로풍 금테 안경이다. 유아인 안경은 벌써부터 포털 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체인 달린 복고풍 안경이 돋보인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체인 달린 복고풍 안경이 돋보인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게다가 1930년대의 경성과 2017년의 대한민국을 왔다 갔다 하는 드라마 설정 상 또 하나의 볼거리가 등장한다. 어딘가 유약하면서도 퇴폐적으로 보이는 유아인의 30년대 지식인 패션이 그것이다. 30년대에도 작가로 분한 유아인은 풀어 헤친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에 서스펜더를 하고, 동그란 테의 안경을 쓴다. 라벤더색 셔츠에 회색 트위드 재킷, 아무나 소화기 어려운 짙은 밤색의 팬츠 룩은 유아인 패션이 컬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클래식한 컬러 조합이 멋스럽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클래식한 컬러 조합이 멋스럽다. [사진 '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2017년의 현재든 1930년대의 과거든, ‘클래식’이라는 공통적 요소를 선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같은 클래식 룩이라도 시대에 맞게 다르게 표현한 것이 관전 포인트다. 30년대의 클래식 룩이 안경과 화이트 셔츠, 서스펜더 등의 아이템으로 표현된다면, 2017년의 클래식룩은 핀턱 주름이 잡힌 와이트 팬츠와 레트로풍 체인 안경으로 표현된다. 유아인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30년대는 윈저공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현대의 룩은 셔츠 칼라를 눕히고 신사복  팬츠를 여유 있는 실루엣으로 매치해 클래식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화이트 셔츠와 서스펜더로 30년대 지식인 스타일을 선보인다.[사진'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화이트 셔츠와 서스펜더로 30년대 지식인 스타일을 선보인다.[사진'시카고 타자기' 홈페이지]

담당 스타일리스트가 있지만 드라마 속 유아인 패션은 자기 주도적 패션이라는 데에 더 의미가 있다. 유아인은 캐릭터 구축에 패션이라는 도구를 스스로 영민하게 활용하는 배우 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유아인의 스타일링 감각은 천부적”이라며 “후드 티셔츠에 턱시도 팬츠를 매치하는 등 흔히 시도하지 못하는 스타일링에 겁 없이 도전하는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경우, 드라마나 영화 속 패션은 그 자체만으로 독립된 콘텐트로서 기능한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오드리 햅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 영화 ‘리플리’ 속 주드 로의 리조트룩을 떠올려보자. 영화 내용은 생각나지 않아도 영화 속 패션 스타일만큼은 선명하다. 영화는 가도, 스타일은 영원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지난 뒤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를 떠올릴 때 유아인의 스타일이 그럴 것 같다. 매회 패션 화보를 방불케 하는 유아인식 반전 스타일링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드라마 감상의 훌륭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단언컨대, 당분간 TV 속 패션, 이보다 더 패셔너블한 등장인물은 없을 듯 싶다.

후드에 턱시도 팬츠, 삭발 머리에 복고풍 안경 #1930년대와 2017년의 색다른 클래식 코드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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