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철수가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로고송으로 쓰게 된 이유는
입력 2017.04.17 11:32
업데이트 2017.04.17 18:28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 로고송
文, "신해철이 가장 아끼는 곡 내게 줬다"
'신해철법' 정치권 외면할 때 안철수가 지원
유족 측 감사의미로 安에게 노래 사용 승낙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그대에게'는 경쾌한 록음악이 가미돼 젊은층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대학 축제나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곡 등으로 애창돼 왔다. 정치권에서도 선거 로고송으로 쓰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신씨가 사용을 허락한 것은 지난 2012년 대선이 처음이다.

'그대에게'가 수록된 고 신해철씨의 2집 앨범 'Myself'
지난 대선에서 신씨는 ‘그대에게’를 직접 편곡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문 후보도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후보는 지난해 신씨의 기일 행사에 참석해 “요즘처럼 참담하고 무거운 상황일수록 그가 그립고 그의 노래가 그립다. 지난 대선 때 저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곡 ‘그대에게’를 줬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신씨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도 지원하는 등 대표적인 ‘친노’ 연예인으로 활동했다.

그룹 '넥스트' 시절 고 신해철씨의 공연 모습
그럼에도 신씨 유족 측이 이번 대선에선 문 후보가 아닌 안 후보에게 사용을 허가해준 데엔 사연이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소위 ‘신해철법(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처리 과정 때문이다.
2014년 10월 신씨가 장 협착과 위 축소 수술 과정에서 사망하자 의료진과 법적 공방을 벌이던 유족 측은 정치권에 ‘신해철법’ 마련을 요청했다. 이 법안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조정이 시작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때 당시의 법 규정에선 병원이나 의료진 측이 거부할 경우 조정이 자동 각하됐다.
새누리당 소속이던 김정록 전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난항을 겪었다.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 넘게 잠자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에 신씨의 지인인 남궁연 음악감독이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신해철법’ 관련 공청회를 촉구하는 콘서트를 여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2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수 신해철씨의 부인 윤원희씨가 '국민대표'로 회의에 참석해 '신해철법' 처리를 부탁하고 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국민의당과 안 후보였다. 안 후보는 남궁 감독을 만나 공청회 개최를 약속했고, 국민의당이 19대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할 5대 법안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결국 ‘신해철법’은 지난해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면서 가까스로 처리됐다.
한편 이 과정에서 유족 측은 민주당에 대한 ‘서운함’을 은연 중에 내비치기도 했다. 남궁 감독은 지난해 3월 한 인터뷰에서 “신해철이 대선 로고송까지 만들어줬던 더불어민주당 대신 새누리당의 김정록 의원이 (먼저) 연락을 줬을 때 조금 놀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고 신해철씨의 장례식장에 놓인 영정 사진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17일 “유족 측의 입장을 고려해 자세한 과정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안 후보가 ‘신해철법’ 처리 과정에서 물심양면 도운 것이 계기가 되어 신씨의 노래를 로고송으로 쓰게 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이번에도 신씨 유족 측에 ‘그대에게’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그대에게’와 함께 안 후보의 로고송으로 사용하게 된 ‘민물장어의 꿈’은 신씨가 가장 아끼던 곡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장례식에서도 사용됐다. 신씨는 201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곡을 ‘자신의 노래 중 뜨지 못해 아쉬운 곡’으로 꼽으며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