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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에 상상을 더한 초록의 정원

중앙일보

입력

사람 머리보다도 커다란 잎새가, 거대한 씨앗이 큼직한 화폭 전면에 자리했다. 또다른 작품에선 화폭 전체가 다양한 초록으로 빛난다. 바깥 세상에선 이제 겨우 연두빛 새순이 돋기 시작했는데 전시장 안은 계절을 앞질러 한창 때의 초록이 그득하다. 김보희 작가의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이 열리고 있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풍경이다.  

김보희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 4월 30일까지 학고재갤러리

김보희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 전시장 모습.사진=학고재갤러리

김보희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 전시장 모습.사진=학고재갤러리

 작가에게 초록의 영감을 안겨준 곳은 제주도. 70년대 신혼여행 때 처음 가보고 너무 좋아서 자주 찾기 시작했단다. 10여년 전에는 작업실도 마련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방학마다, 학기 중에는 틈틈이 작업실을 찾아 그림을 그렸다. 아열대풍의 이국적인 식물, 그같은 식물에서 열매가 터지는 순간을 비롯, 현지에서 보고 느낀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상상을 더해 새로운 식물의 형상, 새로운 풍경을 빚어냈다. 그 풍경의 절정은 '그날들'. 100호 크기의 화폭 20여개가 연결되어 한 작품을 이루는 대형 회화다. 화폭을 나눠 사면에 걸어둔 갤러리 지하층에 들어서면 온전히 초록에 포위되는 기분이 든다.

전시장 사면에 걸린 김보희 작가의 '그날들'(2011~2014) 가운데 일부. 사진=이후남 기자

전시장 사면에 걸린 김보희 작가의 '그날들'(2011~2014) 가운데 일부. 사진=이후남 기자

김보희 작가의 '그날들'이 걸려있는 전시장.사진=학고재갤러리

김보희 작가의 '그날들'이 걸려있는 전시장.사진=학고재갤러리

 식물 하나를, 씨앗이나 열매 하나를 거대하게 확대해 그려낸 작품들도 재미있다. 흥미로운 건 어느 것이 상상이고 어느 것이 실제인지 도시내기의 눈에는 좀체 분간이 쉽지 않다는 점. 상상이려니 싶어 작가에게 확인하면 번번이 병설나무, 아마릴리스, 키위 등 실제 식물 이름을 들려준다. 상상의 산물로 대표적인 것은 거대한 씨앗 그림. 작가는 "상상으로 그린 씨앗이지만 자연이 너무 오묘하기 때문에 지구상 어딘가에는 실제 있을 것만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의 이같은 근작은 여백의 미를 넉넉하게 활용한 점도 두드러진다. 작가는 이번 여름이면 이화여대에서 정년을 맞는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제주도 작업실 앞마당을 그린 작품 앞에 선 김보희 교수.사진=이후남 기자

제주도 작업실 앞마당을 그린 작품 앞에 선 김보희 교수.사진=이후남 기자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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