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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전립샘 비대증 약은 남성용? 여성이 먹어야 할 때도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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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전립샘 비대증은 여성과 관련 없는 질환이다. 그러나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를 먹어야 하는 여성이 있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다. 뇌졸중이나 교통사고로 신경이 손상돼 방광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질환이다. 갑작스레 소변이 마렵거나 제대로 소변을 보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많아지면서 신경인성 방광을 앓는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배재현(사진) 교수를 만나 신경인성 방광의 원인과 치료법을 들었다.

뇌졸중·당뇨병·외상 원인 #
‘신 경인성 방광’ 환자 증가 #
배뇨장애 치료제로 효험

신경인성 방광은 아직 생소한 질환인데.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는 주머니다. 주머니에 소변이 가득 차면 스위치가 켜진다. 뇌에서 ‘소변이 마렵다’는 걸 느끼고 방광이 수축한다. 소변이 밖으로 배출된다. 이 스위치가 고장나면 방광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소변이 가득 차지 않았는데 스위치가 켜지거나 한계 용량을 넘어섰는데도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 것이다.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 신경이다. 즉, 뇌에서 척수를 거쳐 방광 신경에 이르는 중추신경계 일부에 문제가 생겨 방광이 제때 작동하지 않는 질환을 말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교통사고·산업재해로 뇌·척추에 외상을 입었을 때 주로 나타난다. 또 뇌졸중·치매·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이나 다발성경화증·대상포진 같은 신경질환의 합병증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척추디스크나 자궁암·직장암 수술 후에도 나타난다. 최근에는 당뇨병에 의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도 나타난다는 건가.
“당뇨 합병증이라고 하면 망막질환, 당뇨 발을 떠올리기 쉽다. 배뇨장애는 비교적 덜 알려졌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신경 말단부터 망가진다. 방광 수축을 담당하는 신경도 그중 일부다. 방광 신경이 서서히 무뎌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가 많아지고 유병기간도 길어졌다. 그만큼 신경인성 방광 환자가 늘고 있다. 당뇨병 환자라면 시간을 정해두고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굳이 소변이 마렵지 않아도 4~6시간마다 한 번씩 가야 신경인성 방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과 달리 소변 횟수가 줄거나 소변 줄기가 가늘어졌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환자는 얼마나 되나.
“정확한 유병률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양한 질환의 합병증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통계를 내기 어렵다. 다만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대략의 환자 수를 추정할 순 있다. 당뇨병 환자의 32~45%가 신경인성 방광을 앓는다고 알려졌다. 뇌졸중 환자의 15~20%, 파킨슨병 환자의 37~72%,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40~90%, 척수손상 환자의 70~84%가 신경인성 방광을 앓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에서 41만~50만 명이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상, 척추 디스크, 자궁암·직장암 수술 후에도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고통받는 환자는 더 많을 것이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함께 치료되나.
“외상으로 인해 신경이 놀란 정도에 그쳤다면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신경이 완전히 망가졌다면 복구하기 힘들다. 당뇨병·뇌졸중 같은 질환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되돌리지 못한다. 원인 질환과는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전립샘 비대증·요실금과의 차이는.
“흔히 알려진 배뇨장애가 전립샘 비대증과 요실금이다. 전립샘 비대증은 방광 수축은 정상이지만 나오는 통로(전립샘)가 좁아져 생기는 질환이다. 요실금은 질환이라기보다 증상에 가깝다. 노화로 골반 근육이나 요도 괄약근이 약해져 발생한다. 신경인성 방광도 주요 원인 질환 중 하나다.”
어떻게 치료하나.
“많은 환자가 오줌이 새거나 잘 나오지 않는다며 병원을 방문한다. 그러나 요실금·배뇨장애 치료는 우선이 아니다.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신장이 망가져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광결석이나 요로감염 같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방광 압력이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면 된다. 전립샘 비대증 약을 쓴다. 최근 신경인성 방광 치료 효과가 확인되면서 사용이 허가됐다. 여성 환자도 전립샘 비대증 약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15년 전만 해도 여성에게 이 약을 쓰는 건 몰상식한 일이었다. 지금은 이 치료제로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
수술도 가능한가.
“방광이 과민해서 문제라면 보톨리눔톡신을 주사해 수축을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방광이 둔감할 때다. 소변이 충분히 찼는데도 배출되지 않을 때는 천추신경자극술을 시도한다. 심장박동기와 비슷한 장치를 엉덩이에 심는 수술이다. 리모컨으로 전기 자극을 줘 방광이 수축하게 한다. 다만 모든 환자가 효과를 보는 건 아니다. 비용 부담도 커서 많이 시행되진 않는다.”
고혈압·당뇨병 약을 먹는 환자라면.
“환자가 고령이거나 고혈압·당뇨병을 앓는다면 약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심혈관계 부작용이 작을수록 좋다. 현재 신경인성 방광에 쓰이는 치료제는 6개 내외다. 이 가운데 ‘실로도신’ 성분의 치료제(상품명 트루패스)가 기립성 저혈압, 두통, 현기증 같은 심혈관계 부작용이 작아 안전하다.”

Tip. 당뇨병 환자, 이럴 때 신경인성 방광 의심하세요

● 소변 줄기가 전보다 가늘어졌다
● 배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온다
●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들어도 바로 나오지 않는다
● 1회 소변량이 500cc 이상이다
● 하루 여덟 번 이상 소변을 본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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