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윤식당', '나영석'이라는 브랜드의 총집합

중앙일보

입력 2017.04.14 21:00

나영석은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 PD다. 장수하고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1박 2일’(KBS2)의 첫 시즌(2007~2012)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꽃보다’ 시리즈(2013~, tvN)로 ‘해외여행 리얼 예능’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 그가 만든 ‘삼시세끼’ 시리즈(2014~, tvN) 역시 그의 장기인, 여행·‘먹방’·힐링의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섞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뿐 아니다. 네이버 TV 캐스트에서 인터넷 방송을 먼저 선보이고 있는 ‘신서유기’(2015~, tvN), 최근 구혜선과 안재현, 스타 부부의 신혼 생활을 담아 화제를 모은 ‘신혼일기’(tvN) 등 그의 모든 작품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제 나영석이란 이름은 TV 프로그램에 있어 하나의 브랜드라 할 만하다.

윤식당

윤식당

3월 24일 방송을 시작한 ‘윤식당’(tvN)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야말로 나영석이라는 브랜드의 총집합이다. 나 PD와 각각 ‘꽃보다 할배’(2013~, tvN)·‘삼시세끼’ 시리즈, ‘꽃보다 누나’(2013~2014,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함께한 이서진, 윤여정, 신구가 발리로 떠나 식당을 차린다. 여기, 배우 정유미까지 새 식구로 합세했다.

TV 보는 남자

TV는 일상을 사는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환상을 보여주는 매체다. 출근 인파로 가득한 지하철, 손바닥에 놓인 스마트폰으로 나 PD의 프로그램을 보며 잠시나마 여행을 떠난 흥분을 느낄 수 있다니, 그건 지루한 일상의 숨통을 틔우는 즐거움의 행위다. ‘먹방 프로그램’만큼이나 쉴 새 없이 방영되는 여행 프로그램의 길고 긴 유행을 보고 있자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행을 욕망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수고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를 현실에서는 실천하기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윤식당’ 같은 여행 프로그램에서 대리 만족하며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지난해 말부터 방송되고 있는 ‘패키지로 세계일주-뭉쳐야 뜬다’(JTBC)는 패키지여행의 형식을 내걸었다. 준비 시간 및 여행지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간소화하고, 말이 통하는 한국인들과 수학여행 떠나듯 하는 패키지여행의 묘미가 여행의 환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나라로 가는 패키지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윤식당

윤식당

나 PD의 ‘윤식당’은 여행이라는 로망을 색다른 방식으로 펼쳐 보인다. 여행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현지 음식을 맛보는 일이다. ‘윤식당’은 이를 반대로 뒤집는다. 오히려 해외로 떠난 출연자들이 식당을 개업해 밥상을 차린다. 여행자들에게 ‘식당 개업’이라는 임무를 줌으로써, 마치 여행지에서 일을 하며 잠깐이나마 그곳에서 ‘살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불고기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장을 보고, 시식을 하고, 개업을 준비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이국의 낯선 풍광 속에 특별한 감흥을 얻는다.

[사진 tvN '윤식당']

[사진 tvN '윤식당']

그리고 맞춤 캐스팅. 나 PD의 프로그램답게 이전에 호흡을 맞췄던 출연자들을 불러 모으고, 여기에 이들과 연기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우 정유미를 새롭게 투입해 또 한 번 캐스팅 전략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 배우가 자연인으로서 지닌 캐릭터, 그러니까 ‘배우의 리얼리티’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솜씨가 극적이기까지 하다. 섬세한 카리스마를 지닌 윤여정과 듬직한 ‘투덜이’인 이서진의 매력이, ‘꽃보다 누나’와 ‘삼시세끼’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에 안정감을 더한다면, 새로운 얼굴인 정유미가 의외의 캐릭터를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는 식이다. 고양이와 개, 소와 곤충 등 현지의 동물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윤여정을 살뜰히 챙기는 그의 모습이 마치 영화에 나오는 천진난만한 주인공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길리 트라왕안 섬, 그곳에서 여행자가 식당을 차린다는 콘셉트, 그리고 익숙함과 새로움이 짜릿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캐릭터 조합. 나 PD가 요리해 보이는 여행의 레시피는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스타 셰프로 등극한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메뉴를 선보일지 궁금하다.

글= 진명현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로드해 보는 남자.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