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승객이 언제까지 가축 취급 당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웨이보에 올라온 유나이티드 항공 강제 퇴거 승객 모습 [사진 웨이보 캡쳐]

웨이보에 올라온 유나이티드 항공 강제 퇴거 승객 모습 [사진 웨이보 캡쳐]

"오랫동안 항공사는, 특히 미국에선, 승객을 괴롭혔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가축 취급을 받아야 합니까?"

유나이티드 항공 피해자 변호사 기자회견 열어 #"피해자는 베트남 탈출 때보다 더한 공포 느꼈다"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려나간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데이비드 다오(69) 박사의 변호사가 시카고 시내에서 열린 한시간 가량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항공사의 폭력적인 문화를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오의 변호를 맡은 토머스 데메트리오(70) 변호사는 다오 박사가 이번 충격으로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 2개를 잃었으며(knocked-out) 부비강은 재건수술을 받아야할 지도 모를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시카고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데메트리오 변호사와 다오 박사의 딸 크리스탈 다오 페퍼가 참석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오스카 무노즈는 12일(현지시간) ABC뉴스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하지만 데메트리오 변호사는 유나이티드 항공이 다오 박사에게 (사과를 위해) 직접 접촉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항공기에서 끌려 나가는 영상이 일파만파 퍼졌다. [사진 유튜브]

항공기에서 끌려 나가는 영상이 일파만파 퍼졌다. [사진 유튜브]

다오 페퍼는 "우리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은 어떤 사람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오 박사가 비명을 지르며 끌려나가는 동영상을 이미 수백만명이 지켜보았지만, 프라이버시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데메트리오 변호사는 다오 박사 내외는 켄터키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고, 그의 다섯 자녀 중 네명도 의사라고 설명했다.

"다오 박사는 1975년 베트남 사이공이 점령됐을 때 보트를 타고 탈출했던 때의 공포를 기억한다. 그는 비행기에서 끌려나가던 순간, 베트남을 탈출할 때 보다 더 소름끼치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데메트리오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된다면, 일리노이주의 법정 시스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다오 박사는 조용히 회복되길 바라며, 다시는 비행기에 발을 디디지 않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 주말, 더 늦은 항공편으로 갈아탈 자원자 를 찾다가 아무도 나서지 않자 네 명을 지정해 퇴거를 종용했다. 다오 박사의 경우 끝까지 이를 거부하자 시카고 항공국 소속 보안요원을 불러 비행기에서 강제로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안경이 벗겨지고 피를 흘리는 등 봉변을 당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면서 전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공교롭게도 유나이티드 항공이 내쫓은 네 명 모두 아시아계라 인종차별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당초 통상적인 오버부킹(승객이 나타나지 않을 것에 대비해 10%가량 예약을 더 받는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자사 승무원을 네 명 더 태우기 위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오 박사의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에 앞서 유나이티드 항공과 시카고 시가 확보한 모든 관련 영상과 조종석 기록, 기타 비행 관련 자료, 강제 퇴거에 가담한 관련자들의 인사 기록 등을 보전 조치를 법원에 요청했다.

관련기사

소송 대상은 항공사 뿐 아니라 시카고 시도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승객들의 강제 퇴거 집행 과정에 시카고 시 항공국 소속 보안 요원 3명이 가담했기 때문이다.

토머스 데메트리오 변호사는 개인 상해 분야 소송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기업 상대 소송 전문 스티브 골란(56) 변호사도 함께 선임됐다. 특히 데메트리오 변호사는 미국 법률 전문 매체 '내셔널 로 저널'이 선정한 미국 톱 10 변호사에 오른 바 있는 베테랑 법조인이다. 2002년 존 핸콕 센터에서 비계 사고로 희생된 3명의 사망자와 7명의 부상자의 변호를 맡아 총 853억원(750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