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도시 라스베이거스에 아이스하키팀 만드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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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관광과 도박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스포츠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연고지로 하는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팀이 생긴다. 미국 프로야구(MLB)팀 유치 전망도 밝다. 향후 연고 프로팀을 여럿 거느린 뉴욕·로스앤젤레스 등에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NHL, 31번째 구단 만장일치 승인 #NFL 레이더스는 새 연고지로 삼아 #메이저리그 팀도 이전 검토 나서 #연 4000만 명 관광객이 흥행 보장 #네바다주서 홈구장 건설도 지원

라스베이거스 연고 NHL팀 창단 작업이 한창이다. NHL 구단주 회의는 지난해 6월 라스베이거스를 연고지로 하는 31번째 구단 창단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미국 4대 메이저 스포츠 중 라스베이거스를 연고지로 하는 최초의 팀이다. 지난해 11월 팀 이름을 ‘베이거스 골든 나이츠’로 결정했다. 골든 나이츠는 2017~2018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한다.

이어 지난달 라스베이거스를 연고지로 하는 두 번째 구단이 생겼다. NFL 소속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연고지를 라스베이거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32명의 구단주 중 1명을 뺀 전원이 찬성했다. 레이더스는 2019년까지 기존 시설을 빌려 쓰다가 2020년부터 새로 완공되는 경기장(6만5000석 규모)을 쓴다.

리그 확장이나 연고지 이전에 보수적인 메이저리그도 라스베이거스를 주목한다. 새너제이 이전을 추진하다 불발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라스베이거스를 검토 중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밴쿠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등과 함께 신생팀 연고지로도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구단들이 라스베이거스로 몰려드는 건 돈 때문이다. 1960년 창단한 레이더스는 수퍼보울에서 세 차례나 우승한 명문 구단이다. 그러나 홈구장이 없어 야구팀 애슬레틱스와 경기장(콜리세움)을 함께 썼다. 레이더스는 오클랜드시 측에 구장 신축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82년 LA로 연고지를 옮겼다.

인기몰이에서 다저스(야구)와 레이커스(농구) 등 다른 종목에 밀린 레이더스는 95년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콜리세움 대체구장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LA 재이전을 타진하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섰다.

레이더스의 라스베이거스 경기장은 더위를 피해 돔 형태로 짓는다. 건설비용 19억 달러(약 2조1470억원) 중 네바다주가 7억5000만 달러(8480억원)를 지원한다.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골든 나이츠 역시 돈을 선택했다. 사막도시인 라스베이거스는 아이스하키 불모지다. 그럼에도 신생팀 연고지 경쟁에서 ‘아이스하키 천국’ 캐나다 퀘벡을 제쳤다. NHL 사무국은 “캐나다 달러의 심한 변동성과 연고 도시의 지리적 불균형”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은 돈 때문이다. 김정민 MBC스포츠플러스 아이스하키 해설위원은 “NHL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원했다”고 풀이했다.

라스베이거스 광역권 인구는 190만 명으로 퀘벡시티(80만 명)의 두 배가 넘는다. 관광객은 연간 4000만 명 이상이다. 복싱과 종합격투기 UFC, 자동차 경주대회인 나스카 등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려 흥행에 성공했다. 김 위원은 “골든 나이츠는 창단도 안 했는데 시즌권의 90%에 가까운 1만4000장을 팔았다. 게다가 라스베이거스가 관광지이기 때문에 원정팬도 많을 수밖에 없다. NHL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 나이츠가 NHL에 낸 가입비는 5억 달러(5650억원)다. 홈구장인 T-모바일 아레나 건립에도 3억7500만 달러(4151억원)를 투입했지만, 몇 년 내에 회수할 전망이다. NHL은 강력한 샐러리캡(연봉 총액 제한) 제도로 인해 선수들 몸값이 낮다. 뉴욕 레인저스는 2015~2016시즌 2억1900만 달러(248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꼴찌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도 9900만 달러(1120억원)를 남겼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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