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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S8 음성인식 기능 탑재 5월로 미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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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13일 열린 ‘갤럭시S8 미디어데이’에서 21일 국내 출시를 앞둔 갤럭시S8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13일 열린 ‘갤럭시S8 미디어데이’에서 21일 국내 출시를 앞둔 갤럭시S8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새 스마트폰 갤럭시S8의 핵심 무기로 내세운 인공지능(AI) 빅스비의 탑재 시점을 결국 늦췄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1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1일 국내 제품 출시 때 빅스비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하지 않고 5월 1일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빅스비 영어 버전은 5월 중에, 중국어 버전은 6월 중에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빅스비의 이미지 인식 기능(비전 서치)은 출시일부터 모든 제품에 지원된다.

인공지능 빅스비 성능 아직 불안정 #2000명 투입해 데이터 추가 축적 #예약판매 호조, 목표 100만대로 높여 #총판매량도 갤S7 가볍게 넘을 전망

빅스비는 갤럭시S8의 여러 특성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기능이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소재 인공지능 기술회사 ‘비브랩스’와 손을 잡고 선보인 삼성전자의 첫 AI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 공개 이전부터 “휴대폰과 소통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빅스비와 관련한 기대감을 한껏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달 말 S8이 공개된 이후 “빅스비의 음성인식 기능이 설익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연어 인식률이 애플의 AI ‘시리’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음성을 인식해놓고도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고 사장도 “음성 인식 기능은 좀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탑재 시점을 늦춘 것”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왜 덜 무르익은 빅스비를 서둘러 내놨을까. AI 시장의 판도가 무섭게 변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프로그램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머신러닝(인공지능의 자기 학습 방법)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AI 기술의 활용도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구글 어시스턴트나 시리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엄청난 속도로 학습하고 있는데 빅스비는 연구실에서만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몇 개월 뒤에는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삼성전자로선 조금이라도 빨리 소비자를 통해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열흘~한달 쯤 출시 시점을 늦춘다고 설익은 음성인식 기능이 농익을 수 있을까. AI 전문가들은 “충분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본사에선 2000여 명의 개발자들이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투입돼 빅스비에 끊임없이 말을 걸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입력하는 방식으로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삼성전자

자료: 삼성전자

빅스비에 말을 거는 건 AI의 머신러닝을 돕기 위해서다. AI는 쌓인 데이터가 많을수록 똑똑해진다. 예를 들어, 서울말만 들어본 AI는 부산사투리를 처음 들으면 알아듣지 못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부산사투리의 모든 단어를 직접 입력해 데이터로 축적해주거나, 부산사투리를 엄청 많이 들려줘 인공지능이 “맥락상 ‘얼라’는 ‘아이’라는 뜻이로구나”라고 판단하게끔 돕는 것이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신진우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음성인식 기능을 정교하게 다듬으려면 많은 대화를 들려줘 AI가 스스로 배우게끔 하는 ‘비지도 학습’과 AI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는 직접 입력해주는 ‘지도 학습’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며 “만약 수천 명이 밤낮으로 이런 작업을 한다면 열흘 동안에도 꽤 성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스비의 탑재가 연기됐지만 이게 S8의 흥행엔 큰 타격이 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예약판매 추세로 볼 때 S8은 역대 최고 수준인 S7의 1년 판매 기록 52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자료: 삼성전자

자료: 삼성전자

S8시리즈는 12일까지 72만 8000대의 예약 판매 실적을 올렸다. 김진해 삼성전자 모바일영업팀 전무는 이날 행사에서 "국내 예약 판매 목표는 100만대”라고 말했다.

빅스비를 서둘러 선보이게 된 것이 삼성전자의 해묵은 문제점으로 지적된 ‘조급증’ 탓이란 비판도 나왔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탑재 시점을 늦춘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소프트웨어 (SW)개발을 이렇게 ‘초치기’ 식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삼성전자가 SW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면 보다 긴 안목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김도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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