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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명 개발자와 벼락치기 들어간 빅스비... 5월에 탑재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가 새 스마트폰 갤럭시S8의 핵심 무기로 내세운 인공지능(AI) 빅스비가 결국 탑재 시점을 늦췄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1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1일 국내 제품 출시 때 빅스비 음성 인식 기능을 탑재하지 않고 5월 1일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탑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빅스비 영어 버전은 5월 중에, 중국어 버전은 6월 중에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빅스비의 이미지 인식 기능(비전 서치)은 출시일부터 모든 제품에 지원된다.


빅스비는 갤럭시S8의 여러 특성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기능이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소재 인공지능 기술회사 ‘비브랩스’와 손을 잡고 선보인 삼성전자의 첫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 공개 이전부터 “휴대폰과 소통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빅스비와 관련한 기대감을 한껏 불러일으켰다.

갤럭시S8가 내세운 핵심 무기인 AI 빅스비 #공개 직후 "음성인식 못한다" 지적 휩싸여 #"한국어는 5월 초, 영어는 5월 중" 탑재 연기 #수천명이 밤낮으로 말 걸고 단어 입력 작업 #

하지만 지난달 말 S8이 공개된 이후 “빅스비의 음성인식 기능이 설익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연어 인식률이 애플의 AI ‘시리’와 비교해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음성을 인식해놓고도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고 사장도 “음성 인식 기능은 좀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탑재 시점을 늦춘 것”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왜 덜 무르익은 빅스비를 서둘러 내놨을까. AI 시장의 판도가 무섭게 변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애플의 시리나 구글의 구글어시스턴트 등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프로그램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머신러닝(인공지능의 자기 학습 방법)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AI 기술의 활용도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구글어시스턴트나 시리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엄청난 속도로 학습을 하고 있는데 빅스비는 연구실에서만 데이터를 축적한다면 몇 개월 뒤에는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삼성전자로선 조금이라도 빨리 소비자를 통해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열흘~한달 쯤 출시 시점을 늦춘다고 설익은 음성인식 기능이 농익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충분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본사에선 2000여 명의 개발자들이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투입돼 빅스비에 끊임없이 말을 걸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은 입력하는 방식으로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빅스비에 말을 거는 건 AI의 머신러닝을 돕기 위해서다. AI는 쌓인 데이터가 많을수록 똑똑해진다. 예를 들어, 서울말만 들어본 AI는 부산사투리를 처음 들으면 알아듣지 못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부산사투리의 모든 단어를 직접 입력해 데이터로 축적해주거나, 부산사투리를 엄청 많이 들려줘 인공지능이 “맥락상 ‘얼라’는 ‘아이’라는 뜻이로구나”라고 판단하게끔 돕는 것이다. 공개 직후 빅스비의 음성인식 기능이 떨어졌던 이유도 바로 축적된 데이터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신진우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음성인식 기능을 정교하게 다듬으려면 많은 대화를 들려줘 AI가 스스로 배우게끔 하는 ‘비지도 학습’과 AI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는 직접 입력해주는 ‘지도 학습’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며 “만약 수천 명이 밤낮으로 이런 작업을 한다면 열흘 동안에도 꽤 성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스비의 탑재가 연기됐지만 이게 S8의 흥행엔 큰 타격이 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의 예약판매 추세로 볼 때 S8은 역대 최고 수준인 S7의 1년 판매 기록 52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노트7 사태를 겪었던 삼성전자로선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을 극도로 삼가려다보니 빅스비 출시를 늦추게 됐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S8 시리즈는 지난 12일까지 72만8000대의 예약 판매 실적을 올렸다. 열흘 동안 40만여 대였던 노트7의 종전 최고 기록을 크게 넘어섰다. 김진해 삼성전자 모바일영업팀 전무는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전작 갤럭시S7보다는 더 많이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빅스비를 서둘러 내놓은 것이 삼성전자의 해묵은 문제점으로 지적된 '조급증' 탓이란 비판도 나왔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탑재 시점을 늦춘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렇게 '초치기' 식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면 보다 긴 안목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ㆍ김도년 기자 mijin@joongang.co.kr

갤럭시S8/S8+   국내 사전 예약 누적 판매량(단위: 대)

 

집계일

판매량

4월8일

55만

4월10일

62만

4월12일

72만8000

자료 : 삼성전자

 

갤럭시S8 인공지능 빅스비 언어별 출시 일정

 

언어

출시 예정일

한국어

5월1일

영어

5월중

중국어

6월중

자료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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