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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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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 43회 중앙음악콩쿠르가 10일 막을 내렸다. 중앙일보·JTBC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한 중앙음악콩쿠르는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대진 등 스타 연주자들이 거쳐간 대회다. 올해는 452명이 참가했으며 7개 중 4개 부문에서 1위 수상자가 나왔다. 총 입상자는 17명 . 1위 수상자들의 소감과 포부를 들어봤다.

제43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매일 밤 1시간씩 달리며 결선곡 연주할 체력 길렀죠”

첼로 1위 정우찬
7세 때 취미로 시작, 정식 레슨 받은 지 1년

“내 연주로 위로받았다는 사람 만날 때 기뻐”

압도적 성적으로 첼로 부문 1위를 차지한 정우찬.

압도적 성적으로 첼로 부문 1위를 차지한 정우찬.

첼로 부문 1위 정우찬(18·한국예술종합학교2)군은 결선 진출자 셋 중 가장 어렸지만 2위 없는 1위를 했다. 압도적 우승이다. 콩쿠르 경험도 많지 않고 중앙음악콩쿠르는 처음 출전했다. “결선 연주에 아쉬운 점도 많았는데…”라고 했지만 심사위원 7명 전원이 그를 1위로 낙점했다.

정군은 초등학교부터 홈스쿨링을 하며 공부와 음악을 자유롭게 익혔다. “초등학교부터 수능을 위해 살고 학원 전전하는 걸 싫어하신 부모님의 선택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음악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에 시간을 많이 쓸 수 있었고 정군에겐 그게 음악이었다. “일곱 살에 첼로를 시작했을 때는 취미였고, 홈스쿨링 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오케스트라도 했는데 풍성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좋아서 12살쯤 전공을 결심했다.” 함께 홈스쿨링을 한 누나 정주은(한국예술종합학교2)씨는 이번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3위에 입상했다.

정군은 전공을 결정하고도 예술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가는 대신 집에서 공부와 음악을 했다. 정식 레슨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한 지난해부터 받았다.

빠르고 기교적인 작품보다는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곡을 좋아한다. “손을 빨리 돌려야하는 곡을 할 때는 좀 무서울 정도고, 따뜻한 선율이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 결선곡이었던 프로코피예프 교향적협주곡 Op.125를 연주할 체력을 위해 밤마다 한시간씩 달리기도 했다. “내년에는 국제 콩쿠르에 많이 도전하고 싶다”는 정군은 “내 연주를 듣고 위로 받았다는 사람을 만날 때의 기쁨이 정말 크다. 청중을 감동시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부하려 국제 콩쿠르 많이 도전 … 청중에게 감정 전달하는 연주가 꿈”

바이올린 1위 위재원

바이올린 부문 1위 위재원(18·한국예술종합학교2·사진)양은 중학교 때 1년에 한번씩 국제 콩쿠르에 도전해 모두 입상했다. “외국 친구들은 어떻게 연주하는지 궁금했고, 내 실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위스에서 열린 첫 국제 콩쿠르 참가 후 실제로 많은 걸 느꼈다. “한국 출전자들이 기교적으로는 더 뛰어났지만 외국 출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했다”고 했다. 콩쿠르 후 심사위원들의 조언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위양에게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이 좀 더 확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위양은 이번 콩쿠르 또한 한 단계 성장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찾기 위한 계기로 생각했다. “결선 연주곡으로 파가니니·시벨리우스처럼 기교적이고 강렬한 작품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음악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서 브람스 협주곡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연주를 하는 게 꿈이다. “나를 통해 남이 뭔가를 얻는다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번 무대 통해 날 조절하는 힘 키워… 음악 본고장 유럽서 공부하고 싶어”

플루트 1위 장수경

플루트 부문 1위 장수경(23·연세대4·사진)씨가 이번 콩쿠르에서 세운 목표는 ‘어떻게 다르게 연주할까’였다. 결선 지정곡이었던 모차르트 협주곡 K.313은 지난해 부산MBC음악콩쿠르 결선곡이었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만큼 어떻게 한 단계 더 발전시킬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연습마다 녹음을 해 다시 들어보고 다양한 색깔을 내기 위해 호흡을 여러 방법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모차르트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가벼운 부분은 더 가볍게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스스로 한 계단 올라가보는 심정이었고 결국 어느정도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엔 중앙음악콩쿠르 2차 예선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무대 위에서 긴장한 바람에 두 마디를 아예 연주하지 못했다. 이번 콩쿠르를 위해서는 30분 이상의 긴 무대 연습도 해보고 스스로 생각을 조절하는 능력도 키웠다. 초등학교 3학년에 플루트를 시작한 장씨는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객원 단원이다. “음악 본고장인 유럽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내가 만약 오페라 주인공이라면 … 끊임없이 캐릭터 상상하며 노래”

성악 여자 1위 박예랑

성악 여자부문 1위 박예랑(22·한국예술종합학교4·사진)씨는 지난해 나갔던 콩쿠르들에서 계속 예선 탈락했다. 본인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게 우선이었다. 박씨는 “겉핥기식으로 노래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때도 그럴싸하게 들리는 소리만 신경썼지 인물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며 오페라를 많이 보고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했다. 자신이 오페라 속 인물이 됐다면 어떤 느낌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해보며 콩쿠르를 준비했다. 단어도 하나하나 찾아봤다.

결선 무대에서는 벨리니 오페라 ‘몽유병 여인’ 중 ‘존경하는 동료들’, 마스네 ‘마농’ 중 ‘내가 거리에 나서면’, 이원주의 가곡 ‘베틀노래’를 불렀다. “원래는 소리가 높고 기교적인 편이었는데 얼마 전 베이스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중저음에 대해 배웠다”며 “소리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곧 학교를 졸업하면 독일로 유학을 떠날 생각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성악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첼로, 감정표현·소리의 색깔 주목 … 플루트 연주자 실력 획기적 발전

중앙일보·JTBC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한 제43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이 10일 오후 서울 연세대 내의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심사위원 김우경·이아경·윤명자, 허철호 KT&G 홍보실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수상자 위재원·이난주·정주은(바이올린), 박예랑·김효영(성악). 뒷줄 왼쪽부터 심사위원 손혜수·김진추, 수상자 이준석·유현성(피아노), 박성미(작곡), 박성진·정우찬(첼로), 이수연·장수경(플루트), 강동원(성악). [사진 김순석 작가]

중앙일보·JTBC가 주최하고 KT&G가 후원한 제43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이 10일 오후 서울 연세대 내의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심사위원 김우경·이아경·윤명자, 허철호 KT&G 홍보실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수상자 위재원·이난주·정주은(바이올린), 박예랑·김효영(성악). 뒷줄 왼쪽부터 심사위원 손혜수·김진추, 수상자 이준석·유현성(피아노), 박성미(작곡), 박성진·정우찬(첼로), 이수연·장수경(플루트), 강동원(성악). [사진 김순석 작가]


본선 진출자에 대한 심사총평

▶피아노=81명의 피아니스트 중 1·2차 예선의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재능 있는 본선진출자 5명이 선발됐다. 각자의 개성 있는 기량을 살리면서 열띤 연주를 해준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지정된 바흐의 곡은 연주자별로 다양한 해석들을 주장하며 훌륭한 연주를 했다. 때로는 멋지게, 강렬하게,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이어서 수식어가 모자랄 정도였다. 그러나 경연에서 입상자로 뽑히려면 음악성, 테크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적합한 프로그램 선택, 무대에서 관중들과 소통하는 능력, 본인의 음악세계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곡=참가작품들의 음악적인 내용과 독창성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것이 심사위원 모두의 생각이다. 1960~80년대 유럽의 기존 음악 외형만을 모방한 것 같아 안타까웠으며, 작곡가 자신의 언어가 보이는 독창성 있는 작품을 2018년부터 기대해 보겠다. 앞으로 중앙음악콩쿠르가 ‘창작 음악’ 본연의 의미에 부합하는 새로운 작품이 배출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첼로=본선 지정 곡인 프로코피예프 교향적 협주곡은 연주시간이 40분 정도나 되는 곡으로 아주 뛰어난 기교와 힘 그리고 끝까지 집중할 수 있는 정신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내재되어있는 서정적인 음악 표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과 감정의 표현, 다양한 활주법으로 악성변화와 소리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플루트=본선 경연자 6명의 과제곡은 플루트를 시작한 이후 수없이 연주 해봤을 곡이라 생각되는 모차르트 콘체르토 G장조 K.313 이다. 그러나 조금씩 다른 표현방식과 다른 해석의 연주로 누구 하나 집중을 게을리할 수 없는 경연이었다. 길지 않은 서양음악의 국내 정착 역사에서 플루트 파트는 실력과 숫자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보였다. 뉴욕필하모닉, 베를린심포니 및 비엔나 필 등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을 보며 기쁘게 생각한다.

▶바이올린=본선 경연자 이난주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파가니니 협주곡을 무리 없이 잘 연주 했다. 활을 쳐서 소리 내는 것 때문에 소리가 거칠고 깨끗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위재원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브람스의 협주곡을 원숙하게 연주하였 다. 음정이 높아지는 점을 보완했으면 한다. 정주은은 본선 참가자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좋은 톤으로 편하게 연주하였다. 좀 더 과감한 표현력으로 연주하였으면 좋겠다.

▶성악(남녀)= 기본적인 음정에 충실해야 한다. 소리를 너무 크게만 내려 하지 말고 자신의 확실한 음악적 해석을 가지고 여유로운 음악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한국 가곡은 더욱 한국 가곡답게 한국적 장단과 발성, 딕션 공부가 필요하다. 음악 표현 시 자신의 표현 시도에 충분한 이유와 과정이 작곡자의 의도와 맞을 때 청중을 설득할 수 있으며 음악의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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