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 …포퓰리즘형 독재의 종말

중앙일보

입력 2017.04.11 18:24

업데이트 2017.04.11 19:08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베네수엘라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 5일째 이어져
민주주의 기본 정신 거스르는 독재에 대한 항거에
심각한 경제 위기 책임 묻는 시민들의 시위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5일째 이어지며 그 양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진압 과정에서 한 대학생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200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갓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최루 가스를 흡입해 응급실에 실려가고, 거리는 연기로 가득 찼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잔인하고 사악한 독재자의 억압”이라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폭력적 진압을 비난하고 나섰다.

시위는 최근 정부의 독재적인 조치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다.

친정부 성향의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의회의 입법권을 별도 기관이나 대법원 산하 헌법위원회에 맡기겠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는 이 판결은 국내외의 거센 반발 속에 3일 만에 취소됐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7일, 베네수엘라 감사원이 중도우파 성향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 주지사에게 15년간 공직 선거 출마를 금지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가 영국과 폴란드 대사관으로부터 기부를 받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의 정적인 미란다 지사를 정치적으로 봉쇄하는 이 조치가 시위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마두로 정권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불만이 이미 목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베네수엘라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현재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태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극심한 식량난에 국민의 평균 체중이 줄었을 정도다.

정부는 위기 타개는 커녕 제빵사들에게 밀가루 사용분의 90%를 바게트 등 일반 빵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미봉책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불만을 키웠다.

게다가 의약품이 바닥나면서 의료대란까지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제연합(UN)에 의약품 원조를 요청했지만 턱없이 모자란 상태다.

이에 출산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임산부들이 속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달간 임산부 수백 명이 출산을 위해 콜롬비아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출산을 위해 콜롬비아로 건너간 베네수엘라 임산부는 1000명에 육박했다.

아예 불임 수술을 받는 이들도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베네수엘라의 젊은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 불임 수술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남미의 파라다이스’로 불렸던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의 쇠락은 포퓰리즘형 독재의 종말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 [사진 엘나시오날 캡처]

‘남미 좌파의 아이콘’이었던 차베스는 1999년 집권한뒤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고 이 돈을 빈민 복지에 쓰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경제 체질 개선을 등한시한 가운데 국제 유가 급락 상황을 맞으면서 경제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차베스 집권 말기 정부의 무리한 경제 통제는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성장률 하락과 인플레이션 속에 가격과 공급 통제가 생필품 부족 사태를 촉발했다.

차베스의 후계자로 지명된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도리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조치들이 남발되면서 위기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포퓰리즘은 어떻게 독재가 되는가’라는 칼럼에서 “포퓰리즘은 처음엔 민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베네수엘라 사태를 분석했다.

포퓰리즘 정권의 경우 대개 민생 경제 붕괴로 터져나온 시민들의 불만을 진압하기 위해 독재가 동원된다는 것이다.

NYT는 “베네수엘라는 범죄가 만연하고 부패가 거의 보편적이며 사람들의 삶의 질이 붕괴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결국 국민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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