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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은행들, 순혈주의 고집해선 혁신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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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왼쪽)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5일 하 회장 집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 회장은 윤 전 행장의 중학교(중앙중) 2년 선배다. [우상조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왼쪽)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5일 하 회장 집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 회장은 윤 전 행장의 중학교(중앙중) 2년 선배다. [우상조 기자]

하영구(64) 전국은행연합회장은 33년 뱅커다. 2001년 한미은행장을 거쳐 2004년에는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한미은행이 통합한 한국씨티은행의 첫 행장이 됐다. 이후 14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지내며 국내 최장수 은행장이란 기록을 썼다. 2014년 외국계 은행장으론 처음으로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했다.

하영구·윤용로 전 은행장 대담 #예대마진 위주 사업구조 바꿔야 #비용 효율화와 지점의 역할 문제 #인터넷은행 시대에 풀어야할 숙제

하 회장을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5일 만났다. 윤 전 행장은 중앙일보가 만드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경제계 전·현직 고위 인사와의 심층 인터뷰인 ‘윤용로가 만난 사람’을 연재 중이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씨티은행은 국내 은행들과 사업구조가 달라서 한국에서 영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하 하)=한국의 은행장들은 취임하면 ‘자산 몇 조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건다. 자산과 시장점유율 경쟁에 의존하다 보니까 결국 가격 희생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한국에서 장사할 이유가 없는 거다. 수익이 더 날 수 있는 홍콩이나 베트남 같은 곳으로 옮겨 영업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스페인 BBVA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했지 않나. 과거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은행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미국 신탁은행인 노던트러스트처럼 특화된 은행만이 들어온다. 주주가치 향상이라는 경영 목표를 가진 글로벌 은행은 한국에서 견디기 힘든 구조다.

▶윤=은행은 여전히 예대마진 위주의 편중된 사업구조다. 수익구조가 변하지 못하는 원인은.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왼쪽)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5일 하 회장 집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 회장은 윤 전 행장의 중학교(중앙중) 2년 선배다. [우상조 기자]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왼쪽)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5일 하 회장 집무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하 회장은 윤 전 행장의 중학교(중앙중) 2년 선배다. [우상조 기자]

▶하=국민 정서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은 여전히 수수료 면제 같은 걸 금융서비스로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10%인데, 일본은 30%, 미국이나 유럽 금융회사의 수수료 수익은 40%에 달한다.

▶윤=금융회사에서 사고가 터지면 규제를 풀어준 정부한테 화살이 돌아와 공무원들은 곤혹스럽다고 말한다.

▶하=그런 게 보신주의로 몰고 가는 거다. 2014년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결국 담당자만 문책을 당했다. 그러니까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다. 미국도 지난 2013년에 신용·직불카드 개인정보 4000만 건이 유출됐다. 한데 정부는 기업들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만 했다. 그게 미국과 한국의 차이다.

▶윤=한국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예전보다는 활발해진 것 같다.

▶하=해외진출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자산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는 반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의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다. 해외진출은 상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은행의 인수합병(M&A) 성공사례를 만들지 못한 건 안타깝다.

▶윤=국내 은행은 낙하산이나 순혈주의가 큰 문제다. 신입사원으로 뽑힌 뒤엔 퇴직 때까지 일하고, 외부인재 영입도 어렵다.

▶하=외국계 은행은 공채가 없다. 기수 문화도 없고 당연히 순혈주의도 없다. 국내 은행처럼 상공계, 법학 전공자를 뽑아서 훈련하는 건 군대식이다. 전문적으로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초임을 똑같이 주는 것도 잘못이다. 능력에 맞게 줘야 한다. 이런 인사시스템에서 탈피하려면 이사회가 중요하다.

▶윤=얼마 전 인터넷 은행이 출범했다.

▶하=케이뱅크가 출범하면서 기존 금융권에 숙제가 생겼다. 몸집을 줄여 비용 효율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가 온 거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자칫 핀테크 기업에 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은행 업무는 예금, 대출, 자금중개 기능인데 여기서 중개 기능 역할을 잘해야 자본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요즘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자본효율성이 낮아진다면 은행에는 아주 치명적이다.

▶윤=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의 지급결제 확대를 주장해 논란이 있었다.

▶하=또 싸움 붙이시는건가?(웃음) 다 끝난 얘기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법인 지급결제 기능을 증권사에 준 적이 없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이번 주 발간된 이코노미스트 1380호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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