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최고령 현역 황금찬 시인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17.04.09 17:37

8일 별세한 문단 최고령 현역 황금찬 시인.

8일 별세한 문단 최고령 현역 황금찬 시인.

최고령 현역 문인 황금찬 시인이 8일 오전 강원도 횡성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9세.

1918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고인은 48년 월간 '새사람'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 활동을 시작했다. 51년 '청포도' 동인을 결성했고 이듬해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추천으로 정식 등단했다. 48년부터 치면 70년간 40권의 시집, 모두 8000편의 시를 썼다. 

 생전 고인과 교유했던 이근배 시인은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만큼 다작의 시인이었지만 단지 시를 많이 쓰신 분은 아니다"라고 회고했다. "'한글'이라는 시를 남길 만큼 모국어 사랑이 남달랐고, 특정 유파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시다운 작품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셨다"고 평했다. 2007년 서른다섯 번째 시집 『공상일기』를 냈을 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는 개개인이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 "시에서 삶의 전법(戰法)을 배웠다"며 시 쓰기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시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문학 올드팬들에게는 80∼90년대 방송 교양 프로그램에 베레모를 삐딱하게 쓰고 출연해 진솔한 말솜씨로 예술과 인생을 논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 전 서울대 교수가 이끌었던 해변시인학교 교장을 20년가량 맡은 것도 시와 독자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었다.

 지난해 백수(白壽·99세)연 행사 때 제자들이 2018편을 손으로 쓴 필사집을 헌정받기도 했다. 

 일본 다이도(大同)학원 유학 후 강릉농고 등에서 교직 생활을 했고 추계예술대 등에서 가르쳤다. 『현장』『오월나무』『나비와 분수』『추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등의 시집이 있다. 2015년 황금찬문학상이 제정됐고,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도 추진 중이었다. 월탄문학상·한국기독교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한민국예술원상·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도정·도원·애경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 장지는 경기도 안성 초동교회묘지. 02-2258-5940.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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