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23년째 이윤 없는 성장?

중앙일보

입력 2017.04.09 10:00

아마존의 매출과 순이익. 아마존은 매출이 급상승한 지난 20여 년 간 순수익률을 한 자리수를 넘기지 못했다.

아마존의 매출과 순이익. 아마존은 매출이 급상승한 지난 20여 년 간 순수익률을 한 자리수를 넘기지 못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불변의 진리처럼 보이는 이 명제가 통하지 않는 기업이 하나 있다. 

 바로 아마존이다. 

 지난해 1360억 달러(약 152조원)를 기록한 매출에 비하면 아마존의 순이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아마존의 지난해 순이익은 24억 달러, 순이익률은 1.74%에 불과하다. 

 이윤을 고려하지 않는 파격적 가격 정책 탓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슬레이트는 "아마존은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가격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며 "아마존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투자자 집단이 운영하는 자선단체"라고까지 평했다. 

이익 포기한 파격적 가격정책으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돈 버는 족족 인프라·첨단기술 재투자로 시장 장악
현재 이익 없지만 미래 전망 기대하는 투자자들 몰려들어

돈을 못 벌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이 아마존에 기꺼이 돈을 대는 것은 아마존의 미래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아마존은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장악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아마존은 매출의 대부분을 미래를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에 쏟아붓기로 잘 알려져 있다.
 아마존의 순이익이 낮은 또 한 가지 이유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아마존 기업가치의 92%는 2020년 이후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에서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창고. [사진 유튜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창고. [사진 유튜브]

아마존이 창고를 추가로 지을수록 더 많은 소비자에게 빠른 배송이 가능해진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체다.
 데이터센터를 더 설립하면 보다 많은 소비자를 클라우드 서비스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고객이 늘어 매출이 커지면 그 돈을 다시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도 남들보다 한발 앞서 투자해 조기에 시장을 장악해버린다.
 아마존이 20년 넘게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선순환 공식이다.

 이 같은 경영전략의 중심엔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가 있다.
 베조스는 장기적 사고(long-term thinking)의 신봉자다.
 분기 단위로 실적을 결산하고 손익을 따지는 일반 기업과 달리 베조스는 5~7년 단위로 사업을 구상한다.
 베조스는 2013년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인터뷰에서 "우리가 벌이는 모든 사업은 회사에 이익이 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에겐 즉각 이익이 되는 것들"이라며 "만약 우리가 2~3년 내에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킨들 태블릿이나 아마존 웹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같은 중요한 사업들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 에코. 아마존은 이 제품으로 가정용 인공지능 기기 시장을 선점했다. [사진 아마존]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 에코. 아마존은 이 제품으로 가정용 인공지능 기기 시장을 선점했다. [사진 아마존]

장기적 사고는 아마존이 시가총액 4000만 달러의 대기업임에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기민한 혁신 주도형 기업 문화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베조스는 "혁신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엔 투자자들의 이해를 받기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비판을 견뎌내고 혁신을 완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오너십을 갖고 장기 과제를 실천할 것', '계속해서 혁신할 것' 등을 직원들이 따라야 할 경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말단 직원에게도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조직을 작은 팀들로 나눠 상부의 결재 없이 팀 단위 의사결정이 곧바로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 혁신을 독려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같은 문화가 직원들에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대개 빠른 시장 정착을 위해 직원들에게 가혹한 희생을 요구하곤 한다.
 조기에 시장에 자리를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후 사업이 안정되고 이윤을 내기 시작하면 스타트업 단계에서 벗어나며 근로 여건에도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20년이 넘도록 이윤을 내지 않고 새로운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만년 스타트업' 아마존의 기업문화는 혹독하기로 악명 높다.
 직원들에게 높은 자율권을 주는 만큼 결과에 대해선 가차없이 책임을 묻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15년 "아마존의 기업문화는 적자생존"이라며 아마존 직원들이 서로 간에 무자비한 생존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들은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유산 다음날에도 출장을 떠나고 상사에게 동료의 잘못을 비밀리에 고발하는 등 가혹한 근무 환경을 감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사 이후 5년 이상 근무하는 직원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베조스는 "NYT의 기사에 묘사된 아마존은 내가 아는 아마존이 아니다"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마존은 지금까지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NYT의 보도를 부인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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