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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⑩] 24시간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하는 국제버스 안. 장장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긴 여정이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이동하는 국제버스 안. 장장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긴 여정이다.

루앙프라방을 끝으로 라오스 여행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비자가 곧 만료되어서 다른 나라로 넘어가야 했거든요. 안녕,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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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지도를 보니, 루앙프라방 옆이 하노이기에 무턱대고 하노이로 향했어요. 그런데 하노이로 가는 여정이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험난한 산악지대를 둘러가기 때문에 버스로만 편도 24시간이나 걸린다고 해요. 배낭여행자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운이 나쁘면 30시간까지 걸린다며, 비행기를 타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그런데 이 청개구리 같은 마음을 어찌할까요! 타지 말라면 괜히 타보고 싶고, 24시간이라니 괜히 궁금해지는 심리가 이상해요. 그렇게 저희의 기나긴 버스 여행이 시작됐어요.
하노이 행 국제버스는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10㎞로 정도 떨어진 루앙프라방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해요. 터미널에서 타기 전 직접 표를 사도 되지만, 시내의 여행사에서 예약을 했어요. 조금 더 비싸긴 해도 터미널까지 이동이 포함돼 있어 편했어요. 터미널에서 직접 예약하면 35만킵, 여행사에서 예약하면 38만킵. 툭툭을 타고 10분정도 달려 터미널에 도착하니 많은 여행자들이 벌써 기다리고 있네요.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하노이 행 버스!

한국에서 수입해 한글 광고가 그대로 붙어있는 중고버스.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한국에서 수입해 한글 광고가 그대로 붙어있는 중고버스.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라오스는 우리나라와 운전석 방향이 같아서 한국에서 쓰던 중고버스가 많이 수입되고 있어요. 그래서 버스터미널에 가면 한글이 쓰인 버스가 참 많은데요, 재밌는 사실은 한글이 써진 버스가 더 인기가 좋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가 탈 국제버스도 내부는 침대버스로 싹 개조되었지만, 버스 외관은 한국에서 온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이삿짐을 연상시키는 국제버스 짐칸.

이삿짐을 연상시키는 국제버스 짐칸.

24시간 버스를 타려면 비상식량과 물을 가지고 타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다음날 점심까지 내려주지 않거든요. 6시에 출발하기로 한 버스는 정시에 출발할 생각이 없나 봐요. 시간이 남아 옆 버스에 구경을 갔는데요, 헉 소리가 절로 나오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짐칸에는 밥솥, 가스통, 선풍기 등등 온갖 짐이 어마어마했어요. 돼지와 닭도 있었죠. 현지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여기서는 흔한 풍경인가 봐요. 마치 옛날 우리나라 시골풍경 같았어요.

하노이 행 국제버스 내부.

하노이 행 국제버스 내부.

드디어 버스가 출발했어요. 시작은 순조로웠어요. 새로운 나라로 간다는 설렘도 한 몫 했고, 화려한 조명에 신나는 음악까지. 그런데 이 음악이 24시간 끊임없이 흘러나올 거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어요. 한밤중 어두컴컴한 암흑 속을 달릴 때에도 노래는 꺼질 줄을 몰랐어요. 그래도 드라이버의 졸음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하루 종일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버스운전수 세 명이 교대로 운전을 하더라고요.

한밤의 야외(?) 휴게소.

한밤의 야외(?) 휴게소.

얼마나 지났을까요? 갑자기 버스가 멈추었어요. ‘휴게소구나!’라고 생각하고 화장실 가려했는데, 그냥 산골짜기 길가에 세워두고 볼일을 보라 하네요. 별이 보이는 아름다운 화장실이었어요. 현지버스들은 여기서도 진풍경이에요. 버스 위에 선풍기 등 각종 잡동사니가 잔뜩 실려 있어요. 어떤 버스 위에는 거대한 나무가 통째로 얹어져 있더라고요. 재미있는 풍경이에요. 국경부근도 산이 많다보니 아침엔 안개가 많이 끼네요. 안개 속을 걸어 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베트남에 도착했어요.

라오스와 베트남 국경.

라오스와 베트남 국경.

하지만 침대버스 여정은 지금부터에요. 간밤에 잠을 너무 잘 잤는지 눈은 말똥말똥. 버스에서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버스의 진동 때문에 진즉 포기했어요. 오래 앉아있었더니 허리가 지끈지끈 쑤시네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에요. 오후 9시 넘어서야 하노이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24시간 걸린다던 버스가 27시간 걸려 도착했네요. 힘들게 도착한 하노이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대도시였어요. 라오스의 한적함에 익숙해져있었는데 베트남으로 오니 정신이 없네요. 오토바이의 수도 라오스의 100배는 되는 것 같고, 길 건너는 것도 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저희는 버스 밖에 나온 것 만해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자욱한 안개가 낀 하노이.

자욱한 안개가 낀 하노이.

하노이 도심을 질주하는 오토바이

하노이 도심을 질주하는 오토바이

밤에 도착해서 시내 한 바퀴 돌아보는데, 골목골목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특히 목욕탕 의자 같은 앉은뱅이 의자에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있네요. 카페든 클럽이든 술집이든 말이에요. 차 매연이 자욱한데 왜 저렇게 앉아서 먹을까 궁금했는데 다음날 저희도 앉아서 먹어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요런 집들이 가격도 싸고 맛도 있는 가성비 갑의 맛집이었어요. 저희가 시킨 메뉴는 한 그릇에 단돈 2500원이었는데 주먹보다도 큰 닭다리가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베트남이 싸고 맛있다더니 정말인가 봐요! 맛은 있지만 공기가 너무 안 좋은 하노이! 밖에 1시간만 돌아다녀도 목이 칼칼해지네요. 하노이를 뒤로하고 다시 한적함을 즐길 수 있는 자연으로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베트남 맥주거리.

베트남 맥주거리.

싸고 맛있는 베트남 길거리 음식.

싸고 맛있는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무턱대고 하노이로, 그런데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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