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단고기(桓檀古記)가 뭐길래... KAIST 강의 논란

중앙일보

입력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하지 않는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주장하는 학자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연이 논란을 빚고 있다.

학생들 "확인 안 된 사실 주장" 반발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1년 계연수(桂延壽)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주류 학계는 “선행 사료도 없이 원시·상고사를 자세히 기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환단고기를 위서(僞書)로 규정하고 있다.

4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석사과정 기계·항공 정기세미나 과목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A교수가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세계환단학회 회원인 A교수는 대학 측의 초청을 받고 환단고기를 근거로 고대사 강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에 비과학적인 수업이 포함된 건 문제가 있다”며 “이런 강연을 우리 학교에서 진행됐다는 게 부끄럽다”고 반발했다. 해당 강의는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이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A교수는 지난해 12월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동북아 뿌리 역사와 원형문화’를 주제로 강연하려다 포스텍 총학생회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포스텍 총학생회는 “환단고기는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역사서로 해당 강연이 진행되면 포스텍이 그 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KAIST 관계자는 “논란이 있지만 석사과정 학생들이 토론과 논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낼 것으로 판단했다”며 “A교수 초청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