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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오바마가 선물한 '잭슨 목련'에 살포시 꽃망울..."꽃 피기 전에 미수습자들 돌아왔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식목일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정문을 지나 학교 건물로 올라가는 초입에 130㎝ 높이의 작은 나무가 방문객을 맞았다. '부활'을 의미하는 목련이었다.

2014년 방한한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기증한 잭슨 목련에 꽃망울 #만개하면 우리나라 목련보다 큰 성인 남성 손바닥 크기 #"겨울을 이겨낸 잭슨 목련처럼 미수습자들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직후였던 같은달 25~2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의 증표'로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함께 기증한 이른바 '잭슨 목련'이다.

2014년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에 선물한 잭슨 목련. 나무에 꽃망울이 맺혀있다. 최모란 기자

2014년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에 선물한 잭슨 목련. 나무에 꽃망울이 맺혀있다. 최모란 기자

미국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레이철 여사를 기리며 1800년대 중반 백악관 잔디밭에 심은 나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목련 묘목과 함께 "이 묘목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들께 미국이 느끼는 깊은 연민을 전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단원고에 전달했다.

2014년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에 선물한 잭슨 목련. 나무에 꽃망울이 맺혀있다.

2014년 방한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에 선물한 잭슨 목련. 나무에 꽃망울이 맺혀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봄마다 꽃이 피는 목련은 부활을 의미한다. 그래서 목련과 성조기는 아름다운 생명과 한미 양국의 우정을 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단원고는 처음 나무를 심었을 때만 해도 잭슨 목련이 얼어 죽을까 봐 겨울철에는 묘목을 짚으로 감쌌다고 한다. 하지만 2015년부터는 그대로 겨울을 맞도록 하고 있다. 자생력을 갖춘 셈이다. 학교 측은 "추위에 강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성인 종아리 높이(50㎝)였던 묘목은 3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자라고 자랐다. 세월호도 침몰 이후 약 3년 만(1072 일만)이던 지난달 23일 수면 위로 올라왔다.

꽃망울을 피운 잭슨 목련을 한 학생이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최모란 기자

꽃망울을 피운 잭슨 목련을 한 학생이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최모란 기자

잭슨 목련은 잎이 무성하게 자라 2015년과 지난해 5월 초엔 2~3개의 하얀색 꽃송이를 피웠다. 일반 목련꽃보다 유난히 큰, 성인 남성의 손 크기만 한 탐스러운 꽃송이였다고 한다.

지난해 봄 꽃송이를 피운 잭슨 목련 [사진 단원고]

지난해 봄 꽃송이를 피운 잭슨 목련 [사진 단원고]

올해 잎이 더 무성해진 나무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꽃망울 3개 정도가 살포시 고개를 내민 모습이 3일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다.

단원고 관계자는 "안산이 바다가 가까워 다른 지역보다 기후가 쌀쌀한 데다 미국산 나무 자체가 한국산 목련보다 꽃이 늦게 핀다"며 "지금 상태로 보면 이달 말이나 5월 초에는 활짝 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잭슨 목련이 꽃망울을 완전히 터뜨리기 전에 세월호의 육상 인양과 미수습자 수색이 모두 마무리되길 기원하고 있다.

단원고 관계자는 "올해는 꽃망울이 지난해보다 조금 더 빨리 맺혔다"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잭슨 목련처럼 미수습자들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빈다"고 말했다.

[굿모닝 내셔널]은 아침에 마련하는 신선한 지역 소식입니다. 방방곡곡 취재를 담당하는 내셔널데스크의 디지털 기사입니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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