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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지켜져야 할 선별지원·최소규제 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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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상우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한국미디어경영학회 회장

이상우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한국미디어경영학회 회장

올해만 해도 ‘4차 산업혁명’과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학회 세미나와 국회 토론회가 한 달에 수차례씩 열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심해지는 모양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전통산업이 새롭게 재편되기 위해서는 산업의 구조를 뒷받침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제각각의 정책들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지켜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왠지 걱정부터 앞선다. 새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규제도 강화한다고 할까 봐 불안해진다. ‘창조경제’에 크게 당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조직의 역할은 원칙만 제대로 지키면 오히려 간단히 정리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은 선별적으로, 규제는 가능한 최소화 하는 원칙 말이다. 자원의 낭비가 시장 실패로 이어졌던 경험을 교훈 삼아, 지원해야 할 영역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지원으로 인해 얻어질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적 규제의 영역이었던 방송과 통신은 여전히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시장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지속하여야 한다. 인터넷 영역은 어떠한가? 인터넷 영역은 이미 시장 진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해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도 항상 노출돼 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영역에 대한 규제 논의가 스멀스멀 피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인터넷 통합 규제라는 명분 하에 인터넷 산업에 대한 규제를 통신이나 방송 영역 수준으로 슬그머니 끌어 올리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규제 형평성이니 수평적 규제체계니 하는 그럴듯한 논리를 대면서 인터넷 영역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일부의 주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4차 산업혁명의 대부이자 세계경제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과거에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었지만, 이제는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정부는 규제 색안경을 끼고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인터넷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의 출발은 디지털이다. 반면 현재 진행되는 ICT 부처 개편 논의는 상당 부분 아날로그를 출발점으로 두고 있는 방송과 통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복잡하게 엉킨 ICT 정부조직 개편의 실타래가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할 혁신 산업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부처의 역할도 지원이나 규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사업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한국미디어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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