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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죽었다고요? 다시 팔리는 종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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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디지털 혁명의 시대, 종이책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상반기 매출 8.8% 증가 #전자서적 판매량은 되레 20% 줄어 #개인운영 ‘동네 서점’ 수도 증가 추세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 3배 늘리기로

미국출판협회(AAP)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페이퍼백(책 표지를 종이 한 장으로 만든 포켓판 도서) 서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10억1000만 달러, 하드커버(양장본) 서적은 0.9% 증가한 9억8900만 달러에 달했다. 반면 전자서적 매출은 20% 하락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젊은이들 중심으로 전자서적의 이용이 줄어들고 있다”며 “전자기기의 사용시간을 더 늘리고 싶지 않다는 ‘디지털 피로’가 배경에 있다”고 보도했다. 전자서적의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 됐다. 빅5 출판사(펭귄랜덤하우스, 맥밀란, 사이먼 앤 슈스터, 하퍼콜린스, 아셰트) 등의 전자책 가격은 평균 9.99달러에서 5~10달러가량 인상됐다. 전자서적 전문 분석 웹사이트인 굿이리더닷컴은 “전자책을 읽던 독자들이 높은 가격 때문에 유료 구매에 대한 불만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종이책의 예상 밖 선전은 미국의 서점가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미국의 서점 매출은 2014년 전년 대비 1.6% 감소한 이후 2년 연속 증가세로 돌아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전자책의 매력은 줄어든 반면, 가게마다 다르다는 서점의 장점이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90년의 뉴욕의 전통 대형 서점 스트랜드 서점은 지난해 연말 성수기 하루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료:스테이티스타·미국출판협회(AAP)

자료:스테이티스타·미국출판협회(AAP)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서점의 재기 추세도 뚜렷하다. 미국서점협회에 따르면 2010년 1651개던 미국의 서점 수는 2016년 2311개로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출판업체들이 시설과 유통 방식의 개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이먼 & 셔스터는 뉴저지 주에 있는 유통 시설을 약 1900㎡ 확장했다. 랜덤 하우스는 창고를 보수하고 유통 속도를 높이는 데 1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중심지에 위치한 파월스북스는 종이 책의 부활에 신이 난 독립 서점 중 하나다.

파월스북스에서 책을 고르던 제인 황은 “좋은 책을 고른다는 즐거움과 중고 서적의 저렴한 가격이 서점을 찾게 된 매력”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파월스북스는 중고책과 신간을 같은 선반 위에 올려놓고 판매한다.

같은 책도 커버 유무와 훼손 상태 등을 따져 가격 차이를 둬 구매자의 선택을 늘렸다. 책 내용을 소재로 한 책갈피, 머그컵, 티셔츠 등의 상품도 서점에 책과 함께 진열해 놓는다. 스페인의 바로셀로나 중심부에 위치한 여행 도서전문 서점인 알테어는 여행 도서뿐만 아니라 민속공예품 등을 함께 판다. 서점 내에는 지도를 펼쳐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하는 다국적 요리를 제공하는 카페를 만들어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여행하는 경험을 파는 가게라는 콘셉트로 꾸몄다.

자료:스테이티스타·미국출판협회(AAP)

자료:스테이티스타·미국출판협회(AAP)

종이책과 서점이 살아나자 전자책 시장의 문을 열었던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도 오프라인 서점 시장에 진출했다. 온·오프라인(O2O) 연계 전략으로 전자서적과 종이서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구상이다. 아마존은 2015년 11월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센터에 아마존 북스 1호점을 열며 오프라인 서점업계에 진출해 현재 10곳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북스 1호점은 510㎡ 넓이의 매장에 5000∼6000종의 책과 전자책 단말기 킨들 등을 진열하고, 온라인과 똑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 쇼핑몰에서 분석한 고객들의 성향을 활용한 상품도 함께 팔고 있다.

미국의 유명 쇼핑몰 체인점인 제너럴그로스프로퍼티스의 샌딥 마스라니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이 (제너럴그로스프로퍼티스의 쇼핑몰 내에) 오프라인 서점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향후 아마존이 서점을 300∼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5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오프라인 서점의 추가 오픈 계획을 밝힐 것”이라며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모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오프라인 서점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은 올해 미국 내 오프라인 서점을 연초의 3배로 늘릴 계획이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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