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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욱의 부상 투혼, 현대캐피탈을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신영석에게 토스를 올리는 노재욱(오른쪽). [사진 현대캐피탈]

신영석에게 토스를 올리는 노재욱(오른쪽). [사진 현대캐피탈]

세터 노재욱(25)의 부상 투혼이 현대캐피탈을 살렸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승리했다.

현대캐피탈은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3승제) 4차전에서 3-0(26-24 28-26 25-19)으로 이겼다. 벼랑 끝에 몰렸던 현대캐피탈은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우승팀이 가려지는 5차전은 3일 오후 7시 대한항공의 홈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경기 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노재욱의 허리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허리는 대학 시절부터 노재욱이 자주 아팠던 부위. 정규시즌에서도 갑작스런 허리 통증 때문에 결장한 적이 있다. 최 감독은 "전날(31일) 허리가 아파 훈련을 하지 못했다. 아프지 않다고는 하면서도 경기를 뛰겠다고 말했다. 일단 선발로 내보낸 뒤 좋지 않아 보이면 곧바로 뺄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재욱은 처음부터 끝까지 코트를 지켰다. 세터인 노재욱이 주공격수인 라이트 문성민에게 공을 올리려면 허리를 꺾으면서 백토스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쉴새 없이 문성민에게 공을 올렸다. 문성민은 거침없이 스파이크를 대한항공 진영에 꽂아넣었다. 듀스 끝에 1세트를 따내자 여유도 생겼다. 박주형과 대니의 공격 빈도를 늘렸다. 이날 만큼은 국내 최고 세터인 대한항공 한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노재욱에게 평소보다 벤치에서 사인을 많이 냈다. 아파서인지 조심스럽게 안정적인 토스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재욱은 "어제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아플 것 같아 먼저 쉬겠다고 했다. 한번 통증이 생기면 2~3일 가기 때문에 먼저 관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작하기 전에는 (아픈 걸)신경쓰긴 했다. 경기 전 감독님이 '무아지경에 빠져보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고 말했다. 노재욱은 "대니, 주형이 형, 성민이 형이 득점을 내면서 도와줬다. 덕분에 아픈 걸 잊고 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영석 형이 너무 안 좋아서 그런지 '내게 살려달라'고 하더라. 성민이 형이 영석이 형더러 '열심히 뛰라'고 했다"며 밝은 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 후반기 18경기를 모두 이기며 우승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1승3패로 물러나 통합우승엔 실패했다. 세터 노재욱의 아쉬움도 컸다. 노재욱은 "지난해 한 번 호되게 당하면서 달라진 걸 느낀다. 지난해처럼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는데 다행히 달라진 것 같아 좋다"고 했다. 그는 "작년엔 발악도 한 번 못하고 졌다. 정규시즌 18연승했던 경기력을 챔프전에서 못 보여드려서 내 자신이 한심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5차전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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