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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일자리 늘릴까 줄일까, 실제 연구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산거점 독일 포르셰 라이프치히 공장. 포르셰 차량 조립 로봇들의 모습.  [사진제공=포르셰]

생산거점 독일 포르셰 라이프치히 공장. 포르셰 차량 조립 로봇들의 모습. [사진제공=포르셰]

로봇·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대런 에이스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패스큐얼 리스트레포 보스턴대 교수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까지만 해도 로봇에 의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감소 효과보다 더 클 것이라 했던 이 학자들이 이번 보고서에선 그 반대의 견해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로봇 영향 긍정적' 분석 내놓은 연구자들, 입장 바꿔 #학자들 "제조업계서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거의 없어" #월가에서도 인공지능 도입하고 증권 컨설턴트 해고 사례 나와

두 교수는 1990년에서 2007년 사이 미국에서 산업용 로봇 증가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 기간 산업용 로봇으로 인해 67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산업용 로봇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향후 제조업 일자리도 급감할 전망이다.

리스트레포 교수는 "앞으로도 일자리는 계속 생기겠지만 오늘날보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새 일자리가 오늘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제조업 지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생하리라는 것"이라며 로봇이 제조업계 종사자들에게 미칠 타격을 우려했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와 감소 효과 가운데 어느쪽이 더 큰지에 대해 논의를 계속해왔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과 줄어든 일자리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섰다.

에이스모글루와 리스트레포는 낙관파였다.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두 교수는 "기술로 인한 자동화가 더 좋은 새 일자리를 만들 것이고, 결과적으로 고용과 임금은 자동화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번 보고서에서 그들은 "제조업계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다른 일자리가 거의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지난 보고서의 결론이 이론에 기초한 비현실적 분석이었음을 인정했다.

에이스모글루는 "이번 보고서의 결론은 설령 전체 고용과 임금 수준이 회복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자들(블루컬러 노동자들)이 발생할 것이며, 그들의 삶이 회복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과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뛰어난 두뇌들의 집합소인 미국 월가까지도 미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미국 블랙락은 전날 증권 컨설턴트 36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으로 대체한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30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 펀드 운용을 알고리즘에 맡기고 이 펀드를 책임지던 컨설턴트들을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로렌스 핑크 블랙락 CEO는 이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정보의 민주화에 따라 금융업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며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더 많이 의존할 것"이라는 경영 방침을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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