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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수의에 수인번호 503번 … 접견실 갖춘 별도 독방에 수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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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31일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503번을 부여받았다. 구치소에서 수감자들은 이름 대신 수인번호 또는 수인번호에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게 원칙이다.

방 크기, 전두환·노태우 때와 비슷 #머리핀 포함 액세서리 모두 제출 #1440원짜리 밥, 설거지도 직접해야

박 전 대통령은 일반 피의자와 똑같은 입소 절차를 밟았다. 교도관에게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받은 후 건강검진과 신체검사를 받았다. 소지품과 입고 있던 옷은 구치소 측에 맡기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몸을 씻은 뒤 여성 미결수에게 제공되는 연두색 겨울용 수의로 갈아입었다”고 설명했다. 수의 왼쪽 가슴팍에는 수인번호가, 오른쪽에는 방의 위치를 표시한 ‘거실표’가 부착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이름표를 들고 키 측정자 옆에서 찍는 이른바 ‘머그샷(mugshot·범인식별용 얼굴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수용기록부 등에 사용된다.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세면도구·모포·식기세트 등을 받아 방으로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일반 범죄인보다는 큰 독방이 배정됐다. 법무부는 기자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3.2평 독방(10.6㎡, 화장실 및 세면실 포함)에 수용 중이다”고 밝혔다. 독방 옆에는 면회와 조사 등의 용도로 별도의 접견 공간도 마련돼 있다.

1995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태우 전 대통령도 일반 독방(6.56㎡·약 1.9평)보다 큰 방(11㎡·3.5평)을 이용했다. 독방 옆에 세면실 겸 화장실(3.3㎡·1평)이 붙어 있고 방과 세면실 옆에 접견 공간(16.5㎡·5평)이 있었다.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유사한 시설에 수감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도 전례와 비슷하게 내부 배치가 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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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 수용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은 화장과 올림머리를 할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머리핀을 포함한 몸에 지닌 액세서리는 맡겨야 한다. 이후 영치금으로 머리핀 등을 살 수는 있지만 흉기가 될 수 없는 플라스틱 제품이다. 클렌징 제품 등 기존에 쓰던 일반 화장품도 들고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31일 새벽 검찰 측으로부터 수용 규정을 전해듣고 직접 머리핀을 뽑고 화장을 지웠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차량 뒷좌석 가운데 앉은 그는 올림머리를 푼 모습이었다.

식사도 다른 수감자와 다르지 않다. 하루 세끼 배급되는 식사(한끼당 예산 1440원)는 방 안에서 하고 식판과 식기는 직접 설거지해 반납해야 한다. 오전 6시에 기상해 오후 9시 취침(하절기 기준) 한다.

정진우·송승환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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