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밤샘 집회 열리던 자택 앞 #구속 당일 지지자 떠나 텅 비어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온 지난 12일부터 이 집 앞에는 적게는 10명, 많게는 수백 명의 지지자가 매일 밤샘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에는 한 명의 지지자도 없었다. 전날 아침에 300여 명이 모여 “박근혜”를 연호했던 것과 대비되는 풍경이었다. 대여섯 대 정도 설치돼 있던 언론사 카메라도 한 대만 남았다. 삼성동 주민 김현아(22)씨는 “근래 들어 저 앞이 이렇게 고요한 것은 처음 본다. 무언가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37)씨는 “늘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가게 단골들도 끊겼다.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2층짜리 자택은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한 지 19일 만에 다시 주인을 잃었다. 담장 위로 솟은 2층 창문은 커튼이 쳐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매일 오전 7시쯤 방문했던 정송주 토니앤가이 원장 자매는 물론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도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만 오전 5시쯤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가 두 시간 뒤에 밖으로 나왔다.
국민저항본부(탄기국) 등 친박 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 구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1일 오후 2시에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씨는 덤덤한 모습으로 재판을 받았다.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씨 등의 재판에서 최씨는 무표정한 얼굴로 변호인과 귀엣말을 나누는 등 평소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최씨의 표정이 변한 것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동성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장씨와의 교제설을 부인하는 증언을 할 때였다. 김씨가 “장씨가 아들의 스키 코치를 좋아했다가 잘 안 되자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만든 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다”고 말하자 최씨는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었다. 잠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최씨의 변호인인 최광휴 변호사는 재판 뒤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최씨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아마 지금 죽을 노릇일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글=김나한·여성국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