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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어 넉달 새 40만 … 60대 잉꼬 부부가 사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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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혼·졸혼 시대, 커플룩 100벌 일본인 부부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부부는 커플룩을 입고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SNS에 올린 커플룩 사진만 100여 장. 미술관·공원·카페 등 부부의 데이트 장소가 촬영지다.

결혼 37년차 닉네임 bon·pon 부부 #부인은 전업주부, 남편은 최근 은퇴 #작년말부터 커플룩 인스타에 올려 #‘좋아요’‘아름다운 부부’ 댓글 쇄도 #더 친밀해지고 외출도 즐거워져 #일본도 한국도 결혼하기 힘든 환경 #가족 이루면 세계가 몇배 더 넓어져 #함께 하는 반려자가 있다는 건 행운 #나이 든다는 건 두려움 아닌 설렘

부부의 패션은 마치 ‘캠퍼스 커플’처럼 상큼하고 발랄하다. 줄무늬 니트를 맞춰 입는가 하면, 남편은 체크 셔츠를, 부인은 체크 원피스를 입어 일체감을 뽐낸다. 강렬한 빨간색이 포인트인 캐주얼룩부터 올 블랙 정장까지 멋지게 소화한다.

젊은 부부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얘기의 주인공은 60대 일본인 부부다. 염색하지 않은 백발 머리가 패션의 완성. 이 ‘패셔니스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instagram.com/bonpon511)의 팔로어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bonpon511’은 두 사람의 닉네임과 결혼기념일(5월 11일)에서 따온 것이다. 남편이 bon(61), 부인이 pon(60)이다. 1980년 결혼해 40년 가까이 잉꼬부부로 살고 있다.

부부의 모습을 본 세계 팔로어들의 반응은 뜨겁다. ‘좋아요’는 수천 개씩, 댓글은 수백 개씩 쏟아진다. ‘이런 부부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살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부부다’….

부부애(夫婦愛)는 이처럼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주지만 결혼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요즘 결혼 세태를 반영한 두 가지 키워드가 이른바 ‘비혼(非婚)’과 ‘졸혼(卒婚)’이다.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2025년엔 50세 여성 10명 중 1명이 결혼한 적 없는 ‘비혼’일 거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여성 독신율은 1990년 0.5%에 불과했으나 2010년 2.5%로 급증했고 2025년엔 10.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졸혼은 지난해 네이버에서 두 번째로 많이 검색된 단어였다. 학교처럼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졸혼은 부부가 법적인 혼인관계만 유지할 뿐, 각자 독립적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백세시대’를 맞아 졸혼은 이혼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서 bon 부부의 삶은 더욱 눈길을 끈다. 일본에 거주하는 두 사람을 e메일 인터뷰했다. “본격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커플룩을 입기 시작했다”는 부부는 “사람들이 우리 부부의 사진을 보고 ‘결혼이란 참 좋은 거구나’ ‘나이 드는 게 기대된다’고 생각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요청에 따라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 다음은 부부와의 일문일답.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커플룩을 입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12월 부부 인스타를 시작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우리 둘 다 백발이기 때문에 옷도 맞춰 입으면 즐거울 것 같았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의 마음이 통했어요. 커플룩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게 재밌어요. 완벽한 커플룩은 아니지만 색상과 무늬·패턴 면에서 통일성 있는 패션을 즐기고 있답니다. 머리는 자연 그대로의 은발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염색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건 bon이 20세, pon이 19세 때였다. 당시 둘 다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4년 연애 끝에 24세, 23세에 결혼했다. 남편 bon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최근 은퇴했고, 부인 pon은 결혼 후 줄곧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일본의 60대 부부 bon(남편)과 pon(부인). 두 사람은 커플룩을 입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부부는 “완전한 커플룩이 부끄럽다면 패션 한 가지라도 맞춰 입어라. 그럼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권유했다. [사진 @bonpon511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0만 명이 넘어요.
“‘이런 부부가 되고 싶다’는 댓글들을 볼 때마다 기쁘고 힘을 얻어요. 부부 인스타 계정은 딸의 권유로 만들었어요. 우린 SNS 이용에 능숙해요. 2011년부터 이미 각자의 인스타를 운영 중이거든요. 그곳에선 주로 우리가 키우는 반려 고양이 사진을 올리지요.”
커플룩이 일상을 변화시켰나요.
“우린 더 친밀한 사이가 됐어요. 외출도 즐거워졌지요. 휴일이면 미술관·영화관 등에 가서 데이트를 해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즐겨요. 우리를 ‘멋쟁이 부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거든요.(웃음) 커플 사진은 딸이 찍어줍니다. 이전부터 우리 가족은 휴일이 되면 모두 모여 나들이를 갔어요.”
옷 쇼핑도 함께하시겠어요.
“옷은 주로 유니클로, GU 매장 등에 함께 가서 사고,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할 때도 있어요. 다행히 패션 취향이 비슷해서 의견 충돌은 없어요.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저희 옷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어디에나 어울리는, 코디 효과가 높은 옷으로 구입한 덕분이죠. 우린 패션을 배우거나 관련 일을 해본 적도 없지만 커플룩을 입으면서 우리가 디자인하고 만든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변치 않고 사이가 좋은 비결이 궁금하네요.
“우린 그냥 함께 있고 싶은 마음 하나로 결혼했어요. 자라난 환경과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가정을 꾸리다보니 초반엔 싸우기도 하고, 갈등도 있었죠. 하지만 그 순간에도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같이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결혼을 안 하려는 미혼 남녀들이 많아요.
“일본도 한국도 결혼하기 정말 힘든 환경이잖아요. 취업은 어렵고, 결혼해도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쪼들리지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더욱 힘든 일이고요. 결혼에 대한 동경심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가족을 이루는 건 그 무엇보다 큰 행복’이란 우리의 생각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습니다. 혼자보다 둘이 된 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몇 배는 더 넓어졌답니다.”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도 적지 않아요.
“자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아이와 함께 부모도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랑의 결실이지요.”
‘졸혼’ 현상은 일본에서 먼저 생겼죠.
“소중한 연을 맺은 부부가 오랜 시간을 함께한 후 이혼하거나 떨어져 사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에요. 하지만 부부만의 사정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순 없겠지요. 우리 부부의 경우 남편 일이 바빠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었어요. 그래서 함께하는 이 귀한 시간에 가급적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졸혼은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펴낸 『졸혼을 권함』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이 책은 올 초 한국에서 『졸혼시대』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국내 60~70대 부부들 사이에서도 졸혼 현상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나이 듦’은 두 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있다는 건 행운이지요. 게다가 남편 bon이 최근 은퇴를 해서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 좋아요. 나이가 든다는 건 우리에게 두려움이 아닌 설렘입니다.”

[S BOX] 이혼 대신 졸혼 하는 건 사회·경제적 부담 덜기 때문

현실을 반영한다는 드라마에서도 ‘졸혼 가정’이 등장하고 있다. SBS 주말 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 40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 신중년(장용)과 인내심(고두심)은 ‘해혼(解婚)’에 합의하고, 서로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 KBS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 역시 중년 부부의 졸혼을 다룬다.

왜 이혼이 아닌 졸혼일까. 전문가들은 졸혼은 이혼이 가져올 심리·사회·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졸혼은 이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종의 수치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면서 “또 자녀·이웃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경제적 분리도 최소화하는 복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졸혼은 명암(明暗)이 공존한다. 독립적인 삶에서 오는 자유를 누리면서도 부부 관계를 새롭게 발전시킬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이혼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고, 경제적 위축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부모 세대의 졸혼 현상은 젊은 세대의 결혼 인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전국 25∼3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혼인·이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40%가 졸혼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장년 부부가 결혼을 ‘졸업’하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이호선 교수는 “각자 혹은 공통의 취미를 통해 대화의 소재를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추억을 쌓아 나가라”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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