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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공개구혼’ 조선 왕의 혼수비용은 6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조선 국왕 장가보내기
임인혁 지음
글항아리

336쪽, 2만원

제목만 봐도 흥미가 동한다. ‘구혼과 처녀 간택부터 첫날밤까지 국왕 혼례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까지 보면 호기심마저 인다. 하나 책은 진중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의례 관련 등록과 더불어 산다는 지은이는 임금의 결혼이라는 국가사업을 심심풀이용 화젯거리로 다루지 않는다.

그래도 재미있다. 예가 곧 법이던 시절 온 나라가 동원된 국책사업의 불편한 속사정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왕은 짝을 찾기 위해 팔도에 광고를 냈다. 요샛말로 공개구혼에 나선 것이다. 대신에 살벌했다. 왕이 짝을 찾을 때까지 이씨 성이 아닌 9∼20세 처녀에게 금혼령이 내려졌다. 66세 영조가 15세 처녀(정순왕후)를 아내로 맞을 수 있었던 사회적 조건이다. 처녀 간택 과정이 지나가고 낙점을 받은 ‘비씨’는 별궁생활을 시작한다. 별궁은 검문검색이 엄격 했다. 생활용품에서부터 탈것, 궁녀의 시중, 관원과 군사들의 호위 등 예우도 철저했다. 왕의 혼수비용을 지난해 쌀 가격으로 환산하면 6억8000여 만원이었단다(영조 연간 기준).

책이 말하려는 바는 예법으로 포장된 왕비 간택의 정치학에 가깝다. 수양대군이 단종에게 결혼을 강요했던 속내와 인조가 재혼을 꺼렸던 이유는 결국 권력 쟁탈의 문제였다. 인조 이후 왕비를 배출한 14개 가문 대부분이 서인이었다는 사실이 뒷받침한다. 요란한 부제와 달리 왕의 첫날밤은 국가 기밀이어서 기록이 전해지지 않는단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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