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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패션계에 콜롬비아를 알린 그 남자

중앙일보

입력

산티아고 바베리 곤잘레즈 [사진 낸시 곤잘레즈 텀블러]

산티아고 바베리 곤잘레즈 [사진 낸시 곤잘레즈 텀블러]

패션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프랑스·이탈리아·미국을 꼽을 만하다. 만약 콜롬비아라면? 패션과는 무슨 관계냐며 생뚱맞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입 장벽 높은 패션계에 콜롬비아의 존재감을 알린 인물이 있다. 악어가방 브랜드 '낸시 곤잘레즈'의 회장 겸 크리에이티브 감독인, 콜롬비아 출신의 산티아고 바베리 곤잘레즈(Santiago Berberi Gonzalez)다. 지난 24일 불과 마흔의 나이에 뉴욕에서 사망한 그의 이름을 다시금 주목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낸시 곤잘레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악어가죽 가방을 공급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동력은 바베리 자신이었다. 흥미진진하고 카리스카 넘치는 인물로, 사업적 감각과 창의력이 탁월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제껏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악어가죽 시장에 딱딱하고 거친 질감으로 잘 쓰이지 않던 카이만 악어가죽을 매끄럽게 가공해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 파격적 행보를 걸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풍부한 문화를 연상시키는 화려하고도 다양한 가죽 색상도 차별화 됐다. 라임·라벤더·오렌지 및 독창적으로 염색한 가죽 가방은 매리 케이트 올슨 자매, 사라 제시카 파커 등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할리우드 배우들과 남아메리카의 부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세계적 악어가죽 브랜드 '낸시 곤잘레즈' 회장 사망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쉬운 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8년 아직 대학생이었을 때 어머니와 회사를 차린 그는 첫 가방 주문이 16개에 불과했다고 회고했다. 비록 럭셔리 백화점 베그도만 굿맨에서 발주한 것이었지만 스타일도 2개에 3가지 패턴뿐이었다.

그런 힘겨운 과정에서도 바베리는 조국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2014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와 관련된 뒷얘기를 들려줬다. 처음 브랜드를 설립했을 때 사람들은 어째서 ‘낸시 곤잘레즈: 콜롬비아-뉴욕’ 브랜드 레이블에 콜롬비아가 들어가는지 물었단다. 콜롬비아는 파리나 밀라노 같은 패션의 수도와는 견줄 수조차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비웃듯 그와 그의 어머니는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낸시 곤잘레즈의 가방은 전 세계 120개가 넘는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고, 뉴욕 쇼핑의 중심가인 5번가 안에 자리한 백화점 삭스 피프스 에비뉴와 니만 마커스, 영국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 해롯, 그리고 홍콩의 명품 백화점 레인 크로포드까지. 한국에서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갤러리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24일 바베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글이 쏟아졌다. 콜롬비아 패션 기자이자 엘르와 마리 클레어 매거진의 전 패션 디렉터인 니나 가르시아는 인스타그램에 '그는 스타였다'는 글을 남겼다.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의 고문이자 전 회장인 마리게이 맥키는 "이번 주 하나뿐인 캐릭터이자 천재를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화려한 색상으로 유명한 낸시 곤잘레즈 악어가죽 가방 [사진 낸시 곤잘레즈 홈페이지]

화려한 색상으로 유명한 낸시 곤잘레즈 악어가죽 가방 [사진 낸시 곤잘레즈 홈페이지]

사망 전 바베리는 가족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목표를 계획하고 있었다. 2016년 6월 그는 가죽으로 만든 25개의 신발 스타일을 소개하며 2017년 가을시즌에 신발류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의 이름을 딴 ‘산티아고 곤잘레즈’라는 브랜드로 남성 콜렉션을 추가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베리의 어머니 낸시 곤잘레스는 아들의 죽음을 공식 확인했지만 사망 원인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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