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4000억 … 마스크팩 하나로 일어선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17.03.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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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권오섭 대표가 서울 가양동 본사에서 자사의 메디힐 마스크팩 제품을 두 손에 들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권오섭 대표가 서울 가양동 본사에서 자사의 메디힐 마스크팩 제품을 두 손에 들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화장품 업계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탓에 좌불안석이지만 우리는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편입니다.” 국내 마스크팩 선두주자인 엘앤피코스메틱의 권오섭(58) 대표는 뜻밖의 답을 했다.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메디힐로 지난해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제품력이 뛰어나지만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40%가 넘기 때문에 요즘 고전하지 않겠느냐는 예상과 딴판이었다.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대표
올 1월 누적 판매량 8억 장 돌파
220종 생산, 매출 60%는 해외서
중국 비중 40%, 고급화 전략 먹혀

권오섭 대표는 “메디힐이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이며 피부과 의사의 검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특히 중국에서 위생허가를 받은 품목만 107개로 국내 마스크팩 브랜드 중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마스크팩 브랜드는 사드 보복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생허가 자체를 받기 어려워졌다. 그는 “5월부터는 아예 중국에서 마스크팩을 만들어 각 지역에 맞는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엘앤피코스메틱

자료: 엘앤피코스메틱

현재 엘앤피코스메틱의 매출 가운데 60%는 해외에서 나온다. 세계 26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티몰에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광군제 기간 인기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일본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일본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어 일본 시장에 안착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 설립된 엘앤피코스메틱은 국내 마스크팩 시장에서 유명 브랜드를 따돌리고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현재 220종이 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권 대표는 가업을 이으려고 화장품 사업을 벌이다 두 번 실패한 끝에 마스크팩으로 방향을 틀었다. 회사 설립 당시 3명뿐이었던 직원 수는 200명이 넘는다. 2012년 7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0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 선보인 브랜드 메디힐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1월 8억 장을 넘어섰다.

권 대표의 고급화 전략이 급성장의 결정적 비결이다. 대부분의 화장품 업체가 한 장에 비싸 봐야 2000원짜리 마스크팩을 내놓을 때 그는 3000원이 넘는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권 대표는 “심지어 1000원에 서너 장씩 주는데 한 장에 3000원씩 받는다고 하니 주변에서 미치지 않았느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만 2000개가 넘는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한양대 부설로 마스크팩 부직포 연구소를 만들었고, 4월 완공될 신사옥에 마스크팩 전용 연구소도 세운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영업부 직원은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제품만 좋으면 영업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믿음에서다.


글=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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