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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보수재건 다짐한 유승민, 분발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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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승민 의원이 어제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유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보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궤멸 위기”라며 “이 땅의 보수를 새로 세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나들고 바른정당 지지율은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민주당에 밀리는 마당이다. 민주주의가 보수와 진보의 균형과 견제로 발전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유 후보의 인식과 다짐엔 나름의 고충과 진심이 느껴진다.

바른정당은 두 달 전 보수 혁명과 정치 혁명을 내걸고 출범했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대한민국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건전한 세력과 함께할 수 있는 범보수의 구심점’을 자임했다. 그런 바람직한 초심에도 불구하고 당이 저조한 지지율에 허덕이며 보수 유권자의 관심을 받지 못한 건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약속과 다짐에 실천이 뒤따른 것도 아니다. 유 후보는 먼저 이런 현실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주요 정당 가운데 대선후보가 확정된 건 바른정당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대선에 출마할 각 정당 후보들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어 조만간 5파전 대진표가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선의 윤곽이 잡혔다고 보긴 어렵다. 범보수 진영에선 연대론이 힘을 얻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좌파의 전유물이었던 선거 연대를 우파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고, 유승민 후보 역시 경선 과정에서 범보수 단일화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바른정당이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 자리 잡으려면 연대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진짜 보수, 적통 보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중도·보수의 이념 정체성과 정책적 타협점이 분명해야 한다. 단순히 정치공학적 반(反)문재인 연대라면 명분이 없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분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연대하겠다는 건 분당을 무효화하는 행위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이지만 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되살려 확실한 보수의 차별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은 분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