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서울 초미세먼지, 기준 초과 올 들어 벌써 12일

중앙일보

입력 2017.03.28 02:30

업데이트 2017.03.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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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중서부 지방으로 유입되고, 아침 안개가 끼면서 27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날 오후에 5㎜ 안팎의 비가 내렸으나 미세먼지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한국을 찾은 동남아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걷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중서부 지방으로 유입되고, 아침 안개가 끼면서 27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날 오후에 5㎜ 안팎의 비가 내렸으나 미세먼지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한국을 찾은 동남아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울 광화문광장을 걷고 있다. [사진 임현동 기자]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덮은 27일 오전 서울 시내엔 얼굴에 마스크를 쓴 시민이 많았다. 보통은 20~30대 여성이 쓰는데 이날은 고령층도 적지 않았다. 정순명(83) 할머니는 “매일 경로당에 가는데 먼지가 많으면 몸이 안 좋아져 마스크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서울시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엔 단 하루뿐
24시간 기준 평균 50㎍ 초과 일수
환경법엔 ‘연간 4일 넘지 말아야’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시행 필요”

이날 오전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당 72㎍(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기준(90㎍/㎥)엔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 20일 등 벌써 세 차례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해에는 한 해를 통틀어 단 하루도 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서울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초미세먼지는 2014년 공식 측정 이후 가장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85일 중에서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24시간 평균 농도 25㎍)를 넘어선 날이 52일로 61%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일(47%)보다 12일이나 많다. WHO 권고는 ‘하루 24시간에 걸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25㎍을 넘어서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자료: 서울시 대기환경홈페이지

자료: 서울시 대기환경홈페이지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1㎛=1000분의 1㎜) 이하로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과다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을 야기하고 혈관 속으로 침투해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마저 일으킨다.

WHO보다 기준이 느슨한 환경부 기준을 적용해도 올해 초미세먼지는 심각하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에선 하루 2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기준을 50㎍으로 정했다. ‘이를 초과하는 날이 연간 4일을 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 기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초과한 날이 올 들어 지난 19~21일 연속 사흘을 포함해 12일이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단 하루였다.

중앙일보가 올 들어 85일간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이전과 비교해 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26일까지의 평균 농도는 33㎍으로 2014년 초미세먼지를 공식 측정한 이후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에 측정 첫해인 2014년에 26㎍, 이듬해는 28㎍, 지난해엔 27㎍이었다.

올 평균농도도 공식측정 후 가장 높아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엔 미세먼지가 극심하면 수도권 공공기관 차량에 대해 2부제를 발령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워낙 요건이 까다로워 올 들어 단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당일 초미세먼지주의보 발령’ ‘당일 오후 4시까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50㎍ 초과’ ‘다음날 3시간 이상 농도 101㎍ 초과 예상’ 등 세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당장 시행 기준을 낮춰 다음날 미세먼지가 ‘나쁨’ 정도로만 예상돼도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시민에게도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호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경부는 최근 미세먼지 오염 원인이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물질의 70~80%는 중국 등 외국의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종인 서울시립대(환경공학) 교수는 “중국의 영향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자체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오염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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