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불복

중앙일보

입력 2017.03.28 01:00

업데이트 2017.03.2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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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 <2017년 3월 13일 30면>

박근혜의 불복 … 나라 두 동강 내려는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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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도,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도 없었다. 헌재의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도 청와대에서 사흘을 버티다 12일 밤 사저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헌재 결정에 사실상 불복을 시사하고 자유한국당을 접수해 검찰·야권과 대결정치를 하겠다는 결기만 가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는 복귀 3시간 전 이 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소식을 듣고 삼성동 사저 앞에 몰려든 지지자들이 ‘박근혜’ ‘탄핵 불복’을 연호하는 가운데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시종 미소 띤 표정으로 친박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와 동시에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데 대한 죄송함과 성원해 준 국민에 대한 감사를 표한 뒤 “모든 결과를 내가 안고 가겠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에 노골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지층을 결집시켜 검찰에 ‘위력 과시’를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수사의 예봉을 꺾겠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난 지 오래인 민 의원을 대변인으로 내세워 입장을 표명하고 친박계 한국당 의원들을 자택 앞에 도열시켰다. 이는 한국당을 직접 접수해 자신을 탄핵시킨 비박계·야권과 대결정치를 벌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헌재 선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92%가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10% 남짓한 지지층을 인질 삼아 이런 여론에 정면으로 맞서며 나라를 두 동강 내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대통령은 국법 수호의 무한책임을 지는 국가 이성의 최고봉이다. 본인이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지체 없이 승복을 선언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의무다. 나아가 지지층에 자제를 호소하고, 이번 사태로 상처 입은 국민들을 위로해 치유와 화합에 앞장서는 게 전직 국가 원수로서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과거 발언도 잊어선 안 된다. 2004년 헌재가 세종시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다”라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보다 전국 득표에서 앞선 데다 플로리다주 개표 논란으로 승리를 주장할 여지가 상당했다. 그럼에도 부시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동의하지 않지만 받아들인다”며 물러났다. 이 퇴임사는 두 쪽으로 쪼개지던 미국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한 결정적 한마디였다.

박 전 대통령이 진정 민심과 역사의 재평가를 받고 싶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헌재의 최종 판단에 승복하면서 검찰 수사에 당당하게 응해야만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이제 헌재의 판결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그 판결에 대해 찬성했던 사람이나 반대했던 사람이나 겸허히 승복해야 한다고 본다”고 촉구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 발언이 자신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건 박 전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은 13년 전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길 일만 남았다.

한겨례 <2017년 3월 13일 27면>
‘승복과 통합’ 대신 ‘갈등과 대결’ 택한 박 전 대통령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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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사흘째인 12일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 삼성동 옛집으로 돌아갔다. 탄핵이 결정된 3월 10일 이후 그는 이미 대통령이 아니었으니 즉시 청와대 관저에서 나왔어야 했다. 뒤늦게라도 청와대를 비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난 이날까지도 반성하고 참회하지 않았다. 그는 옛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과 친박 정치인들에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악수를 했다. 탄핵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한다거나 국민 통합을 당부하는 말은 전혀 없었다. 대변인을 통해 대신 발표한 입장에선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해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지만 “믿고 성원해준 국민께 감사한다”고 말해 온 국민이 아니라 지지층을 향해서만 호소했다. 승복과 통합 대신 갈등과 분열의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불길한 메시지다. 탄핵당한 대통령의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매우 실망스럽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한때 국가 지도자였다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승복과 통합을 밝혀야 했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시위가 폭력화해 사람이 죽고 다치는데도 ‘불복’의 메시지로 반발을 ‘선동’하고 지지자들을 계속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 무책임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헌법 수호의 의지는커녕 헌정 체제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반헌법적 행위다. 헌정 질서를 인정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치닫는지 짐작 못할 바 아니다. 정치적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혹은 당장 눈앞에 닥친 검찰 수사와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지지세력을 ‘방파제’로 삼으려는 것이겠다. 나라야 어찌 되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는 몰염치가 가증스럽다.

그런 시도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박 전 대통령 쪽은 ‘불복’을 거론하지만 헌재 결정에 불복할 방법은 전혀 없다. 헌재는 단심이고 최종심이어서 그 결정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종국적 결정이다. 재심 사유가 있을 수도 없거니와, 파면 결정의 중대성과 파장 때문에라도 재심은 허용되지 않는다. 박근혜씨와 그 주변은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만의 억지가 과연 언제까지 통하겠는가.

논리 vs 논리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승복해야 vs 박, 불복하는 지지층 설득 나서야

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탄핵심판청구 인용 결정문 요지가 낭독된 오전 11시21분, 그 순간부터 즉각 효력이 발생했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한민국은 대통령 없는 나라가 되었다.

민간인 신분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사흘째 되던 날 청와대를 떠나 옛 자택으로 돌아갔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 그리고 승복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친박 의원들과 지지자들 앞에 웃는 얼굴로 등장했고, 대국민 메시지는 민경욱 전 대변인이 대신 발표했다. ‘모든 결과를 내가 안고 가겠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 믿고 성원해 준 국민께 감사한다’는 내용이 그 골자였다.

뜻밖의 내용에 국민과 여론은 큰 충격과 당혹감을 느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의사로 해석되자 한겨레와 중앙은 곧바로 비판의 사설을 실었다.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에는 곳곳에 격한 분노가 드러났다. ‘전직 국가 원수로서 최소한의 도리’ ‘한때 국가 지도자였다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라는 비교적 점잖은 표현도 있었으나 ‘지지층을 인질 삼아’ ‘나라를 두 동강 내겠다는 선전 포고’ ‘몰염치가 가증스럽다’ ‘야만과 억지’ 등 질타의 강도가 매우 높았다. 사과와 반성은커녕 책임 회피와 정치수명 연장만을 노린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겨레와 중앙은 승복의 주체에 대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박 전 대통령보다는 그 지지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 헌재 결정이 재심이 없는 최종심이므로 대통령 복귀가 불가능한데도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지지자들에게 헌정 질서를 공격하라고 선동하는 것과 같다. 박 전 대통령의 불복이 지지층에 기댄 것이기에 한겨레는 그 방파제 집단을 설득함으로써 탄핵 승복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 상대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초점을 맞추어 승복을 설득했다. 국가 원수로서의 도리와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기일관성에 무게를 두었다. 과거 세종시 수도 이전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을 되살렸다. 미래에라도 역사의 재평가를 받으려면 헌재 판단을 존중하고 타인에게 강조했던 원칙을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도덕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9조에는 대통령의 취임사 선서문이 나온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중략)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박 전 대통령 취임식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수차례 보았던 그 문장이다. 헌재 판결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파면당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으면서 성원해 준 국민께 감사를 표했다. 이는 자신이 헌법과 법률 위반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지지층에게만 고마움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헌법 69조의 ‘헌법 준수’와 ‘국민 앞에’에 대해 헌재와 박 전 대통령은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헌재는 헌법 위배의 근거로 ‘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이 가려졌다고 주장하려면 언론을 통해 스스로 경위를 소상히 밝히거나 검찰(과 특검) 조사 및 헌법재판 당시 적극적으로 입장을 소명하면 됐다. 그러나 출석도 하지 않고 대리인단의 자료 제출도 부실했으며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내가 아니라면 아닌 것’ 식의 자세보다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편 ‘국민’의 뜻도 다른 듯하다. 헌재 결정문은 대통령이 ‘국민 전체’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누구나 동의하는 보편적 상식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성원해 준 국민’에게만 말함으로써 편들어 주지 않은 국민은 국민이 아니게 되었다. 최근 언론에서 문고리 3인방과 허모 청와대 행정관이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의 간부들과 긴밀히 연락해 왔고 전경전 자금 68억원을 지원했다는 특검 수사 내용을 보도했다. 성원한 국민 모두가 동원된 친박은 아니겠으나 상당수는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동원한 사람들일 수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박 전 대통령은 자기 이익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친위부대만을 보면서 국정을 운영한 것이 된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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