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라면 속는 셈 치고 정독할 것. 최근 영화에서 찾은 핫한 연애 비법을 공개한다. 영화에서는 그 효력의 검증을 마쳤는데, 현실에서의 가능성은 어떨까. 만년 솔로 남자 기자가 정리한 연애 노트에, 다른 기자들이 촌철살인 코멘트를 남겼다.
영화에서 찾은 #연애 비법
등대지기 남자와 바닷가 여자의 사랑
‘파도가 지나간 자리’(3월 8일 개봉,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이 영화의 사랑법?
편지
이자벨의 조금은 장난스러운 고백을 현실로 바꿔 준 도구는 편지였다. 섬으로 돌아간 톰은 부지런히, 그것도 아주 정성껏 이자벨에게 편지를 부쳤다. 그중 한 대목을 옮겨 보면 이렇다. “이자벨, 난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에요. 내 감정을 털어놔도 괜찮다는 걸 몰랐죠. 이제는 말할게요. 내 섬과 내 삶을 보여 주고 싶어요. 내게 와 준다면 평생 보살펴 줄게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좋은 남편이 되겠습니다. 나만큼 야누스(섬)가 마음에 들길 빌어요.” 이자벨은 이렇게 답한다. “청혼했던 내 마음이 그대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네’예요. 네, 천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네’예요.”
이거 먹힌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손편지의 마법은 늘 유효하다. 단, 어디까지나 '편지는 거들뿐'. 오프라인에서도 로맨틱한 기운을 유지할 것.
-고석희 기자-
1950년대 미국, 백인과 흑인의 금지된 사랑
‘러빙’(3월 1일 개봉, 제프 니콜스 감독)
집 짓기
너른 풀밭 한복판에 차를 세운 리처드는 밀드레드에게 불쑥 묻는다. “어때?”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뭐가?” “이 땅 말이야, 여기에 부엌을 두면 좋겠다.” “뭐라는 거야?” “내가 샀어 이 땅, 여기에 우리의 집을 지을 거야.” 리처드는 눈이 촉촉하게 젖은 밀드레드 곁으로 다가가 드디어 말한다. “나와 결혼해 줄래?”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무엇보다 간절했던 것은, 안전한 울타리였을 게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살 집을 짓겠다는 것보다 더 좋은 청혼법이 있을까.
사실 땅까지 산 리처드처럼 '자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전세'나 '반전세'도 괜찮다. 이렇게 뚝심있는 프러포즈라면!
-김나현 기자-
화성 소년과 지구 소녀의 사랑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3월 16일 개봉, 피터 첼섬 감독)
열여섯 살 소년 가드너(아사 버터필드)는 화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초의 지구인. 우주선 안의 세상이 그의 전부다. 유일한 취미는 지구 소녀 툴사(브릿 로버트슨)와의 채팅. 결국 가드너는 반대를 무릅쓰고, 지구로 떠난다. 화성으로부터 2억2530만8160㎞ 거리, 가드너는 우주선을 탄 지 일곱 달 만에 툴사를 만난다.
‘최상급’ 표현
지구라는 곳에 처음 와 본 가드너는 최상급 표현을 거리낌 없이 날린다. 그가 좋아하는 툴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표현이다. “넌 내가 지구에서 본 여자 중에 제일 예뻐.” “넌 정말 예뻐.” “어떻게 20초 만에 이렇게 예뻐질 수 있어?”
위험하다. 처음엔 격한 표현에 감동받을 수 있으나 과용은 금물! 적절한 '밀당'도 필요하다.
-박지윤 인턴기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3월 23일 개봉, 홍상수 감독)
배우 영희(김민희)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의 스캔들을 겪은 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우연히 술자리에서 상원을 만난다. 계속 툴툴거리는 영희에게 상원은 인자하게 대응할 뿐이다. 영희를 보며 그는 말한다. “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예뻐.”
이 영화의 사랑법 ?
책 읽어 주기
상원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 ‘사랑에 관하여’를 영희에게 읽어 준다. 책 읽는 소리를 잠자코 들으며, 영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았을까. 상원이 읽은 책의 한 대목이다. “헤어질 때가 온 것입니다. 그 객실 안에서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우리 둘 다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내 가슴에 몸을 맡겼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녀의 얼굴, 어깨 그리고 눈물 젖은 손에 키스를 할 때, 그때 우리는 정말 불행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심장이 타 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사랑을 할 때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책의 맥락을 모르는 상태라면 오해를 살 수도. 반드시 단둘이 있을 때만 이 방법을 쓸 것. 영화처럼 왁자한 상황이라면 모두의 손발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음.
-김효은 기자-
군 미필 남자와 여자
데스먼드 도스(앤드루 가필드)는 우연히 한 병원에서 헌혈하다가 간호사 도로시(테레사 팔머)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한눈팔지않기
남자의 순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그냥 도스를 보면 될 것 같다. 도로시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매일같이 병원으로 찾아가 열렬히 구애한다. 도스는 도로시와 있을 때 절대 한눈팔지 않는다. 헌혈할 때도,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길을 건널 때도 오직 도로시만 본다. 그것도 세상 가장 순수한 얼굴로 말이다. 그 진심이 얼마나 절절해 보였는지, 미국 육군에 자원 입대하겠다는 도스의 충격적인 고백에도 도로시는 결혼을 승낙한다.
오직 나만 바라보는 남자라... 그 사랑이 도를 넘어 집착으로 이어지지만 않기를...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