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연애하기엔 팍팍한 세상...영화로 사랑을 배우네

중앙일보

입력 2017.03.28 00:00

업데이트 2017.03.28 14:54

솔로라면 속는 셈 치고 정독할 것. 최근 영화에서 찾은 핫한 연애 비법을 공개한다. 영화에서는 그 효력의 검증을 마쳤는데, 현실에서의 가능성은 어떨까. 만년 솔로 남자 기자가 정리한 연애 노트에, 다른 기자들이 촌철살인 코멘트를 남겼다.

영화에서 찾은
연애 비법

등대지기 남자와 바닷가 여자의 사랑

‘파도가 지나간 자리’(3월 8일 개봉,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파도가 지나간 자리 / 사진=영화사 제공

파도가 지나간 자리 / 사진=영화사 제공

운명일까, 연애의 고수일까,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일까. 외딴 무인도 야누스로 발령받은 등대지기 톰(마이클 패스벤더)은 대체 무슨 수로 바다 건넛마을의 이자벨(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마음을 얻었느냔 말이다. 여러 사람과 함께한 두 번의 식사와 몇 번의 눈 맞춤 그리고 한 번의 바닷가 데이트를 하며, 이자벨은 톰에게 결혼을 청한다. “섬에 데려가 줘요. 결혼해요, 우리.”

파도가 지나간 자리 / 사진=영화사 제공

파도가 지나간 자리 / 사진=영화사 제공

이 영화의 사랑법?

편지 

이자벨의 조금은 장난스러운 고백을 현실로 바꿔 준 도구는 편지였다. 섬으로 돌아간 톰은 부지런히, 그것도 아주 정성껏 이자벨에게 편지를 부쳤다. 그중 한 대목을 옮겨 보면 이렇다. “이자벨, 난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에요. 내 감정을 털어놔도 괜찮다는 걸 몰랐죠. 이제는 말할게요. 내 섬과 내 삶을 보여 주고 싶어요. 내게 와 준다면 평생 보살펴 줄게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좋은 남편이 되겠습니다. 나만큼 야누스(섬)가 마음에 들길 빌어요.” 이자벨은 이렇게 답한다. “청혼했던 내 마음이 그대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네’예요. 네, 천 번을 물어도 내 대답은 ‘네’예요.”

이거 먹힌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손편지의 마법은 늘 유효하다. 단, 어디까지나 '편지는 거들뿐'. 오프라인에서도 로맨틱한 기운을 유지할 것. 

-고석희 기자-  

1950년대 미국, 백인과 흑인의 금지된 사랑

‘러빙’(3월 1일 개봉, 제프 니콜스 감독)

러빙

러빙

“나 임신했어.”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생각하던 리처드(조엘 에저튼)는 빙긋 웃으며 답한다. “잘됐다, 정말 잘된 일이야.” 리처드는 다시 아무 말 없이 밀드레드(루스 네이가)의 손을 잡는다. ‘러빙’의 첫 장면이다.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법으로 금지돼 있던 1950년대 미국 남부에서 약자는 언제나 흑인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도 불안에 떠는 여자친구를 위해 남자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말수가 없는 리처드는 묵묵히 그 곁을 지킨다. 이 영화의 첫 장면처럼 두 손을 꼭 잡은 채 말이다.

러빙 스틸 영화사(UPI코리아)제공

러빙 스틸 영화사(UPI코리아)제공

이 영화의 사랑법?

집 짓기

너른 풀밭 한복판에 차를 세운 리처드는 밀드레드에게 불쑥 묻는다. “어때?”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뭐가?” “이 땅 말이야, 여기에 부엌을 두면 좋겠다.” “뭐라는 거야?” “내가 샀어 이 땅, 여기에 우리의 집을 지을 거야.” 리처드는 눈이 촉촉하게 젖은 밀드레드 곁으로 다가가 드디어 말한다. “나와 결혼해 줄래?”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무엇보다 간절했던 것은, 안전한 울타리였을 게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살 집을 짓겠다는 것보다 더 좋은 청혼법이 있을까.

사실 땅까지 산 리처드처럼 '자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전세'나 '반전세'도 괜찮다. 이렇게 뚝심있는 프러포즈라면!

-김나현 기자-

화성 소년과 지구 소녀의 사랑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3월 16일 개봉, 피터 첼섬 감독)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 사진=영화사 제공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 사진=영화사 제공


열여섯 살 소년 가드너(아사 버터필드)는 화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초의 지구인. 우주선 안의 세상이 그의 전부다. 유일한 취미는 지구 소녀 툴사(브릿 로버트슨)와의 채팅. 결국 가드너는 반대를 무릅쓰고, 지구로 떠난다. 화성으로부터 2억2530만8160㎞ 거리, 가드너는 우주선을 탄 지 일곱 달 만에 툴사를 만난다.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 사진=영화사 제공

스페이스 비트윈 어스 / 사진=영화사 제공

이 영화의 사랑법?

‘최상급’ 표현

지구라는 곳에 처음 와 본 가드너는 최상급 표현을 거리낌 없이 날린다. 그가 좋아하는 툴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표현이다. “넌 내가 지구에서 본 여자 중에 제일 예뻐.” “넌 정말 예뻐.” “어떻게 20초 만에 이렇게 예뻐질 수 있어?”

위험하다. 처음엔 격한 표현에 감동받을 수 있으나 과용은 금물! 적절한 '밀당'도 필요하다.

-박지윤 인턴기자- 

노감독과 젊은 배우의 사랑

‘밤의 해변에서 혼자’(3월 23일 개봉, 홍상수 감독)
배우 영희(김민희)는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과의 스캔들을 겪은 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우연히 술자리에서 상원을 만난다. 계속 툴툴거리는 영희에게 상원은 인자하게 대응할 뿐이다. 영희를 보며 그는 말한다. “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예뻐.”

밤의 해변에서 혼자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 영화의 사랑법 ?

책 읽어 주기

상원은 안톤 체호프의 단편 ‘사랑에 관하여’를 영희에게 읽어 준다. 책 읽는 소리를 잠자코 들으며, 영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마음이 녹아내리지 않았을까. 상원이 읽은 책의 한 대목이다. “헤어질 때가 온 것입니다. 그 객실 안에서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우리 둘 다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내 가슴에 몸을 맡겼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녀의 얼굴, 어깨 그리고 눈물 젖은 손에 키스를 할 때, 그때 우리는 정말 불행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심장이 타 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때야 비로소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고, 사소한 것이고, 기만적이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사랑을 할 때 그리고 그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는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나 불행, 일상적인 의미에서의 선한 행동인가 악한 행동인가라는 분별보다는 더 고상한 것, 더 중요한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됐습니다.”

책의 맥락을 모르는 상태라면 오해를 살 수도. 반드시 단둘이 있을 때만 이 방법을 쓸 것. 영화처럼 왁자한 상황이라면 모두의 손발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음. 

-김효은 기자-

군 미필 남자와 여자
‘핵소 고지’(2월 22일 개봉, 멜 깁슨 감독)

핵소고지

핵소고지

데스먼드 도스(앤드루 가필드)는 우연히 한 병원에서 헌혈하다가 간호사 도로시(테레사 팔머)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영화 '핵소 고지' 스틸 [사진=판씨네마]

영화 '핵소 고지' 스틸 [사진=판씨네마]

이 영화의 사랑법?

한눈팔지않기

남자의 순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그냥 도스를 보면 될 것 같다. 도로시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매일같이 병원으로 찾아가 열렬히 구애한다. 도스는 도로시와 있을 때 절대 한눈팔지 않는다. 헌혈할 때도,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도, 길을 건널 때도 오직 도로시만 본다. 그것도 세상 가장 순수한 얼굴로 말이다. 그 진심이 얼마나 절절해 보였는지, 미국 육군에 자원 입대하겠다는 도스의 충격적인 고백에도 도로시는 결혼을 승낙한다.

오직 나만 바라보는 남자라... 그 사랑이 도를 넘어 집착으로 이어지지만 않기를...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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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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