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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장 건강은 기본, 중성지방 낮추고 피부 주름까지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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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 면적의 2배, 외부와 접촉하는 가장 큰 장기, 독성을 걸러내는 관문 …. 모두 장을 설명하는 말이다. 최근 장을 지칭하는 말이 또 하나 늘었다. 바로 ‘제2의 뇌’라는 말이다. 미국의 저명한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슨 박사는 “장에는 뇌와 바로 연결되는 장뇌축(Gut-brain-axis)이 존재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기분을 좋게 하는 세로토닌(뇌 신경전달 물질)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며 장을 제2의 뇌라고 칭했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장 건강에 대해 조명한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진화

장이 건강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 때문이다. 건강한 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8대 2 정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비에비스나무병원 소화기내과 홍성수 원장은 "유익균은 장 점막을 강화시켜 유해물질이 혈액 속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장 운동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것도 유익균의 역할이다. 게다가 장은 인체 면역물질의 70%를 만들어낸다. 장이 나쁘면 피부 알레르기·천식·심혈관질환·치매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이유도 면역물질을 장으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이다.

현대인, 식습관 변화로 유익균 비율↓

프로바이오틱스의 중요성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메치니코프에 의해서다. 그는 불가리아에 장수 노인이 많은 것을 보고 프로바이오틱스에 의한 불로장수설을 발표해 발효유의 과학성을 입증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이후 다양한 연구를 거쳐 지금까지도 각광받고 있다. 경희대 약대 김동현 교수는 “유익균은 항생제나 농약, 인스턴트 음식에 든 첨가물에 약한데 현대사회로 올수록 이들 물질의 사용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체 장내 유익균 비율이 예전에 비해 훨씬 줄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질환에 효과가 있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조명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위·피부 질환과 비만·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유익균이다.

‘락토바실루스 파라카제이 HP7(Lacto-bacillus paracasei HP7)’이라는 균은 유산균 전문 기업인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가 김치에서 분리한 헬리코박터 억제 유익균이다. 한국야쿠르트 최일동 프로바이오틱스 연구팀장은 “한국인의 70%가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HP7은 김치에서 분리된 800여 종의 유익균 중 헬리코박터 억제력이 가장 우수한 균을 선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HP7을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쥐에게 한 달 동안 섭취시킨 결과, 이 중 50%는 사람이 발효유나 유산균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농도만으로도 헬리코박터 감염이 치료됐다.

한편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 HY7714’는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이다. 건강한 산모 200여 명의 모유에서 추출한 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 효과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유익균도 있다. 김치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루스 커베터스 HY7601’과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룸 KY1032’는 혈중 중성지방을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대사질환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아테로스콜로시스(Atherosclerosis)’지에 실렸다.

유익균 활용한 ‘변 이식’ 치료법 주목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 군집)’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80억원을 투입해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 지도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한국야쿠르트와 일동제약 등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유익균을 통한 류머티스성 관절염 제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은 엠디헬스케어·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난치성 질환에 효과적인 유익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한 영역으로 ‘변 이식’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된 치료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 100여 건 정도 시행된다. 건강한 사람의 변에서 대장염 등에 유익한 균만을 선별해 항문으로 관을 넣어 대장으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 장내 유익균을 늘리려면 유산균이 풍부한 발효식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대신 인스턴트식품과 고지방·육류 섭취는 줄여야 한다. 홍 원장은 “김치·된장·요거트 같은 발효식품을 섭취하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유익균 비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Tip. 똑똑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법

● 다양한 유익균이 혼합된 제품을 고른다.
● 공복 또는 식사 중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유익균 함량이 적어도 1억~100억 마리인 것을 고른다.
● 한국인에게 유익한 락토바실루스·비피더스균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한다.
● 식이섬유·올리고당과 함께 섭취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글=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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