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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째냐 절단이냐 결정에 1년 … 배밑 암석층 탓 5개월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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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월호가 23일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인양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세월호 선체 좌측 선미 램프가 열린 것이 뒤늦게 발견돼 잠수부를 투입해 램프 절단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세월호가 23일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바다에서 인양되고 있다. 이날 오후 세월호 선체 좌측 선미 램프가 열린 것이 뒤늦게 발견돼 잠수부를 투입해 램프 절단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인양 작업이 늦어진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험 인양을 시도한 지 하루도 안 돼 세월호를 인양하자 “이렇게 빨리 할 수 있었던 작업을 굳이 미룰 이유가 있었냐”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인양이 이뤄지면서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인양작업 왜 늦어졌나 #소조기에 파고 1m 이하 날만 작업 #기상조건 까다로워 진척도 더뎌 #해수부 “정치적 고려 있을 수 없다” #대선후보들 “인양 지연 규명할 것”

세월호 인양이 왜 늦어졌을까. 일단 인양 여부에 대한 결정 자체가 지연됐다. 세월호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할지 등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러다 결론을 낸 게 2015년 4월이다. 인양 결정에만 사고 발생 후 1년을 허비했다.

이후 인양 작업의 속도도 더뎠다. 정부는 2015년 8월 중국 상하이샐비지를 세월호 인양업체로 최종 선정하면서 지난해 7월을 인양 종료 시기로 못 박았다. 하지만 인양 시점은 계속 미뤄졌다. 정부는 인양 마무리 시점을 ‘2016년 연내→2016년 말→2017년 6월 내’로 거듭해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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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악화와 불가피한 공정 변경 등이 주요인이라는 게 정부와 상하이샐비지의 설명이다. 2015년 11월까지 세월호 주변에 남은 기름(잔존유)을 제거하는 작업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 속에 핵심 공정인 리프팅빔 설치 작업이 난항을 겪었다. 작업은 5∼6일간 밀물과 썰물 수위 차이가 작아 조류가 비교적 느린 소조기(小潮期)에만 시도할 수 있다. 또 인양 과정에서 선체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면 소조기 중에서도 파고 1m, 풍속 10.7m/s 이하인 날이 9일 연속 이어져야 한다. 이런 모든 여건이 맞아떨어지는 날은 많지 않다. 상하이샐비지가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다.

상하이샐비지는 지난해 7월 선수(뱃머리) 밑에 리프팅빔을 까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선미(배꼬리) 부분에 리프팅빔을 설치하는 작업은 계속 지연됐다. 세월호 선미 하부를 굴착한 다음 리프팅빔을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해저면 지질이 문제로 떠올랐다. 주변 퇴적층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불규칙해 작업이 여의치 않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암석과 퇴적물이 합쳐진 퇴적층이 단단하다 보니 굴착 기구가 손상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러자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말 기존 굴착 방식 대신 선미를 들어 올린 뒤 리프팅빔을 끼우는 ‘선미 들기’로 공정을 변경했다. 이 공정은 성공해 지난해 12월 리프팅빔 설치를 마쳤다. 당초 예상(지난해 8~9월 완료)보다 5개월가량 늦어진 것이다.

작년 10월 굴착 대신 선미 들기로 공정 변경

선미 작업이 늦어지자 향후 일정도 꼬였다. 인양 시기가 당초 계획했던 여름이 아닌 겨울로 밀리면서 운반 방식 또한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초 상하이샐비지는 설치된 리프팅빔에 와이어를 연결해 해상 크레인에 걸고, 크레인이 세월호를 수면 위로 들어 올려 ‘플로팅 도크’에 싣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도크 모두 바람을 받는 면적이 커 바람이 강한 겨울에는 위험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상하이샐비지는 해상 크레인을 ‘재킹 바지선’으로, 플로팅 도크를 ‘반잠수식 선박’으로 각각 변경했다. 공정이 ‘탠덤 리프팅(tandem lifting)’ 방식으로 바뀌면서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단계별로 일정이 늦춰질 때마다 해수부는 정치적 외압을 받는다는 의혹에 시달려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인용 이후 인양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정부가 정국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해 인양 시도를 지연시켜 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세월호 인양에) 외부 변수나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인양 지연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 이를 문제 삼을 태세다. 본 인양이 시작된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의 대선후보들은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그간의 인양 지연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진도=이승호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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