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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세월호 모습에 “이젠 우리 아이 볼 수 있길” 오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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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하이샐비지 선원들이 23일 세월호 야간 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 해수부·안산시]

상하이샐비지 선원들이 23일 세월호 야간 인양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 해수부·안산시]

세월호가 1072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5시40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해역 부근에 정박 중인 어업지도선 무궁화 2호에서 TV방송 생중계를 지켜보던 미수습자 가족들이 웅성거렸다. 앞서 “세월호가 떠올랐다”는 소식에도 현장 TV 화면에는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던 가족들은 약 3년 만에 선체 모습이 화면에 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전날 아침 진도 팽목항에서 배에 탄 미수습자(전체는 9명) 가족 7명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작업 현장과는 2㎞가량 떨어져 있어 육안으로는 세월호를 확인할 수 없어 선내에 설치된 TV방송으로 인양 작업을 지켜봤다. 세월호가 화면에 등장하자 오열하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미수습자 가족들 현장서 뜬눈 밤샘 #어제 5시40분 선체 처음 화면 잡혀 #“선체 보니 참담, 온전하게 인양돼야” #진도 팽목항엔 추모객 발길 잇따라

이날 오전 5시40분 세월호 선체 전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 해수부·안산시]

이날 오전 5시40분 세월호 선체 전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 해수부·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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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날이 밝자 배 위에 설치된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섰다. 단원고에 다니던 허다윤(당시 17세)양의 아버지 허흥환(53)씨는 “(군데군데 녹이 슨) 선체를 보니 참담하다. 가족들이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을 수 있도록 배가 온전하게 인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화(당시 17세)양의 어머니 이금희(48)씨는 “은화가 저렇게 지저분한 곳에 있었다. 불쌍해서 어떡하냐. 우리 딸을 곧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울먹였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현장으로부터 2㎞ 떨어진 배 위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 해수부·안산시]

미수습자 가족들은 현장으로부터 2㎞ 떨어진 배 위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 해수부·안산시]

인양 작업 현장에 가장 가까운 동거차도는 이날 분주해졌다.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 해역을 바라보며 선체를 육안으로 확인하려 애썼다. 팽목항 공터에 있는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는 울음소리가 났다. 미수습자 중 한 명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당시 57세)씨의 어머니(84)였다. 선체가 바다 위로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노모는 분향소 앞에 내걸린 아들의 사진 앞에 주저앉았다.

세월호 선체 인양 뉴스를 접한 추모객들도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팽목항에 속속 찾아왔다. 추모객들은 사고 해역 방향을 향해 선 뒤 세월호가 잘 인양돼 미수습자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기도했다.

진도읍 일대는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군청 앞에서 수퍼마켓을 하는 이희진(52)씨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족들을 찾아 홀가분하게 진도를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대한민국을 아프게 했던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상인들은 세월호가 완전히 인양된 뒤 진도에 ‘국민해양안전관’이 세워지면 이를 계기로 진도군이 안전을 상징하는 지역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진만(72) 진도군 관광진흥협의회장은 “3년간 진도 주민들은 상주 아닌 상주 역할을 해왔다. 이제 미수습자들이 모두 가족의 품에 돌아가고 진도도 본래 모습으로 하루속히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도=김호·윤정민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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