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강모씨는 펀드 투자를 했다가 40% 가까이 손해를 보고 수수료까지 떼인 뒤 펀드에서 손을 뗐다. 주거래 은행에서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500만원을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5년 넘게 기다렸지만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없었다. 평가금액 300여만원에서 손절매를 결심한 강씨를 화나게 한 건 연 2%가 넘는 보수·수수료였다. 강씨는 “손실만 입혀놓고선 자기들 몫만 챙겨가는 태도가 부당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KB·키움운용 새 펀드상품 2종 #목표 수익 못 내면 최고 44% 줄어 #삼성운용·우리은행도 판매 준비 #성과보수형 펀드 계속 늘어날 듯
펀드 투자자들의 억울함을 달래줄 만한 상품이 나왔다. 투자자가 가져가는 수익 성과가 낮으면 금융사가 받는 보수도 함께 적어지는 ‘양심 펀드’다. KB국민은행은 24일부터 고객수익연동 보수 인하 펀드 2종을 판매한다고 23일 밝혔다. 강씨 사례처럼 투자자 수익률이 낮아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기존 판매보수·운용보수 구조를 개선해 출시됐다. 6개월~1년 안에 가입 때 정한 목표수익률(6~8%)을 달성하지 못하면 보수가 최대 0.8%포인트 깎인다. 지금까지 자산운용사들이 특정 상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운용보수를 낮추거나 증권사들이 판매보수를 인하하는 이벤트를 펼친 적은 있었지만 성과와 보수가 직접 연동되는 상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30일까지 5일간 판매되는 양심펀드는 주식형과 주식혼합형 총 2종류다. 첫번째는 KB자산운용이 굴리는 ‘KB 든든한 중국본토 가치주 목표전환 제2호(주식형)’다.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한다.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형 펀드로 자동 전환되는 상품이다. 수익률 목표는 최초 6개월간 연 6%, 다음 6개월간 연 8%, 이후부터는 연 12%다. 오래 기다린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설정한 ‘스텝 업’ 구조다.
가입 후 첫 6개월 간 총보수는 연 1.425%다. 1000만원을 투자할 때 반 년 동안 7만1250원을 보수로 낸다. 여기까지는 기존 펀드와 똑같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1차 목표수익률(6%)에 도달하지 못하면 판매보수(0.5%)가 절반(0.25%)으로 떨어져 총보수는 연 1.175%가 된다. 할인이 한 차례 더 있다. 투자자가 총 1년을 기다릴 때까지 2차 목표수익률(8%)이 실현되지 않으면 판매보수 뿐 아니라 운용보수도 함께 절반으로 떨어진다. 2년째부터는 총보수 0.625%로 처음보다 44%가량 싼 보수를 적용한다.
두 번째는 키움자산운용이 내놓은 ‘키움 든든한 스마트인베스터 분할매수 목표전환형 제2호’다. 수익률 5%에 도달하면 주식비중을 낮춰 손실 가능성을 줄인다. 보수 할인 체계는 주식형 상품과 같다. 가입 시 연 0.64%인 총 보수가 수익률 미 달성시 6개월 뒤 0.54%, 1년 뒤 0.29%로 떨어진다. 주식형보다 총보수를 덜 떼지만 목표수익률도 4%(6개월 내), 6%(6개월~1년), 8%(1년 초과)로 2~4%포인트 낮다. 전국 KB은행과 KB증권 영업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영동 국민은행 WM상품부 차장은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존 펀드 대비 보수를 할인받는 금액이 커진다”며 “단기간에 수익률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펀드 성과보수 도입은 금감원이 중점 추진 중인 ‘제3차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지난 20일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펀드별 특성에 적합한 보수·수수료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에 이어 삼성자산운용과 우리은행 등이 비슷한 구조의 펀드 출시·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목표치의 두 배 이상(약 10%) 수익을 달성하면 투자자가 보수를 추가로 더 내게끔 설계됐다.
은행 신탁 상품은 이미 성과 보수형이 나왔다. 이달 초 KB국민(착한 신탁), 신한(동고동락 신탁) 등이 관련 상품을 내놨다. 착한 신탁은 6개월 내 목표수익률(3%)에 도달하면 연 1% 수수료를 떼지만 이를 못 지킬 경우엔 절반(연 0.5%)만 받는다. 동고동락 신탁은 목표수익률 달성 이전에는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받고, 달성 이후에는 초과 달성분을 은행이 가져간다. 단 2년이 지나도 목표 수익률을 못 맞추면 초과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